대입 특별전형 ‘경쟁률 뻥튀기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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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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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원서접수 악용해서 무더기 허위지원,
다른 학생들 응시 막아 3명 합격… 10명 입건

경쟁률을 높이기 위해 가짜 수험생을 만들어 대학 특별전형에 응시한 수험생들이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특별수사대는 8일 다른 사람 명의를 도용해 입학원서를 제출해 경쟁률을 올려 실제 경쟁자를 줄이는 수법으로 대학에 합격한 이모 씨(20·여) 등 3명과 같은 방법을 쓰고도 불합격한 김모 씨(20) 등 7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 등은 지난해 2011학년도 입시에서 연세대 한양대 광운대 등 서울시내 주요 사립대의 기초생활수급자, 농어촌, 전문계고 출신자 선발 전형에 지원 자격이 없는 사람의 명의를 도용해 입학원서를 제출했다. 경찰에 따르면 특별전형은 학과당 1, 2명만 선발하기 때문에 몇 명만 허위 응시를 해도 경쟁률이 대폭 상승하는 특성이 있다는 것. 이 씨는 이렇게 허위 경쟁률로 다른 응시자들이 포기한 틈을 타 한양대에 합격했다.

이런 수법이 가능했던 것은 각 대학이 전형 때 인터넷 원서접수 대행 사이트를 통해 전자원서를 받고 증빙서류는 추후에 우편 등으로 받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 등은 이런 허점을 이용해 이미 다른 대학에 합격한 친구나 친척 등 특별전형 지원 자격이 없는 지인의 개인정보를 도용해 전자원서를 제출하는 방법으로 경쟁률을 부풀렸다. 또 이번에 적발된 일부 수험생은 인터넷 카페 등에서 돈을 주고 개인정보를 사 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이런 방식으로 보통 2 대 1, 3 대 1을 넘지 않던 특별전형 경쟁률을 최대 8 대 1까지 끌어올렸다.

각 대학 측은 경찰의 공식 통보를 받는 대로 이들에 대한 합격 취소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각 대학 입학처 관계자는 “구체적인 범행 내용 등을 확인하는 대로 교칙과 관계법령을 검토해 합격 취소 여부를 가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도 인터넷 원서접수 제도의 허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다만 협의회 측은 “지원자격 검증 기능은 현재 기술로 구현이 매우 어렵고 경쟁률 비공개는 수험생의 알권리와 상충해 결정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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