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불법조업 中어선에 첫 총격… 전쟁터 같았던 단속 상황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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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주 선박 따라잡아 해경 7명 올라타자

中선원 10명 도끼-해머 휘둘러 생명위협

체포된 중국 선원들 3일 충남 태안군 격렬비열도 서남쪽 바다에서 불법 조업을 하다 체포된 중국 선원들을 태운 배가 4일 오후 해경의 통제를 받으며 태안군 근흥면 신진도항에 접안하고 있다. 태안=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체포된 중국 선원들 3일 충남 태안군 격렬비열도 서남쪽 바다에서 불법 조업을 하다 체포된 중국 선원들을 태운 배가 4일 오후 해경의 통제를 받으며 태안군 근흥면 신진도항에 접안하고 있다. 태안=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충남 태안경찰서는 4일 나포 도중 우리 해경에게 부상을 입히고 흉기를 사용해 격렬히 저항한 중국어선 선원들에게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해 처벌하기로 했다. 또 우리 측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불법조업을 한 우모 씨(32) 등 중국 선원 10명을 불법조업 혐의로 입건하고 나포된 중국어선 2척에 3000만 원씩 총 6000만 원의 불법조업 담보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해경은 3일 오후 불법조업으로 우리 측에 나포된 30t급 중국어선 ‘랴오창위(遼長漁) 55128호’ 등 두 척을 충남 태안군 근흥면 신진도리항으로 예인했다.

▶본보 4일자 A1면 해경, 불법조업 中어선에 첫 총격…

해경에 따르면 중국어선들은 3일 오후 3시 태안군 근흥면 격렬비열도 서남쪽 64마일 해상에서 모두 7척이 불법조업을 하다 태안해경 단속함정 제민7호(1500t급)에 포착됐다. 해경은 매뉴얼대로 어선에 접근하면서 선박의 정지를 명령하는 경고방송(중국어 녹음)을 했다.

하지만 흩어져 조업하던 중국 어선들은 도망가기는커녕 대항을 하기 위해 한군데로 뭉치기 시작했다. 해경은 이에 따라 소화포를 쏴 어선들을 분산시키고 고속단정 두 척을 보내 도망치는 어선 두 척을 따라잡은 뒤 승선했다. 검문이 시작되자 흩어졌던 어선들이 다시 모여들면서 일부 중국 선원들이 해경이 승선한 어선으로 옮겨 탔다. 이에 따라 검문 선박당 선원 수는 당초 5, 6명에서 10명으로 늘어나 단속에 나선 경찰(7명)을 수적으로 압도했다.

단속에 나섰던 박준성 순경(30)은 “어선에 올라 ‘무기를 내려놓으라’며 투항을 권유하자 선원들이 쇠파이프와 도끼, 해머 등을 무차별로 휘두르며 격렬히 저항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방패를 앞세웠으나 무수히 날아드는 흉기와 둔기의 강한 타격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이 과정에서 박 순경은 해머 등으로 오른쪽 무릎 밑을 맞아 25바늘을 꿰매야 하는 7cm가량의 상처를 입었다.

이 상태로는 나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팀장 김모 경사는 권총(K5)으로 공포탄과 실탄 등 모두 15발가량을 발사했다. 이 가운데 한 발이 선원 우 씨의 왼쪽 무릎 윗부분을 관통했다. 경찰은 우 씨의 상처를 현장에서 치료한 뒤 헬기로 이송해 전북 군산의 한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갈수록 중국어선의 저항이 마치 전투를 벌이듯 흉포해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 해경이 중국 선원에게 총기를 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태안해경 이병일 서장은 “처음 경고 및 위협사격을 했으나 여전히 저항을 포기하지 않아 한 발을 박 순경을 다치게 한 우 씨에게 조준한 것으로 안다”며 “생명에 위협을 느끼고 제압이 불가능한 경우 경고 및 위협사격을 한 뒤 안전 부위에 조준사격을 하는데 이번엔 이런 매뉴얼을 잘 지켰다”고 말했다.

해경의 대응 사격 후 나머지 어선 5척은 흩어져 달아났다. 이 서장은 “중국어선은 조업구역 침범이나 무면허 어업행위 등 불법조업을 하면 담보금이 많기 때문에 검거 시 더욱 격렬히 저항한다”며 “이번 중국어선도 어업면허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해경은 이번 중국어선의 불법조업 사실과 나포 과정의 충돌을 채증한 비디오와 사진 등의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우 씨는 다리를 관통하는 총상을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며 “외교통상부를 통해 중국에도 이번 어선 나포 과정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태안=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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