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교육정책 3년’ 현장의 목소리]설동근 차관 편지 전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28일 02시 25분


■ 교육가족 여러분께 드리는 편지

교육, 상생의 파트너십이 필요할 때입니다
교육과학기술부 제 1차관 설 동 근

교육가족 여러분, 유난히 길었던 겨울이어서인지 한결 부드러워진 바람이 성큼 다가온 봄을 느끼게 합니다. 새 학기를 앞두고 여러모로 분주하시겠지요. 매번 돌아오는 계절이지만, 새 학기를 앞둘 때면 언제나 가슴이 설렙니다.
지금까지 저는 어떤 학교, 어떤 수업이 가장 좋은 교육인지를 늘 고민해 왔습니다. 또한 학교교육의 생명은 수업의 질에 달려 있고, 바람직한 교육은 훌륭한 교사의 역량과 자질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따라서 최근 우리 교육계에서 논란이 되어왔던 몇 가지 교육 현안에 대해 저의 진솔한 의견을 말씀드려 보고 싶습니다.

교육가족 여러분께서도 잘 아시겠지만 교원능력개발평가는 교사를 공정하게 평가하여 능력을 개발하고 전문성을 높임으로써 학교 교육의 질을 높이자는 취지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시ㆍ도별 교육규칙에 따라 시행된 바 있지만, 일부 교원단체와 일부 교육감들의 반대로 파행 운영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2월 22일, 국무회의에서 `교원 등의 연수에 관한 규정' 개정령이 심의·의결됨에 따라 오는 3월 신학기부터 전국적으로 동일한 형식 아래 전면 시행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시행 여부를 놓고 소모적인 논쟁은 필요치 않다고 봅니다. 많은 학부모들이 지지하는 교육정책인 만큼 하루빨리 현장에 안착되기를 기대합니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또한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08년부터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학업성취도 평가는 그 결과를 바탕으로 교실수업을 개선하고, 지역간 학력차를 파악하여 현장 지원을 위한 교육정책의 기초자료로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기초학력미달 학생비율이 두 해전 7.2%에서 3.7%로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성과까지 거뒀습니다. 이 같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을 경우, 그 피해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무상급식의 문제는 보다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는 재원 확보가 가능하냐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재정 여건으로는 시기상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교육복지가 중요하지만 모든 학생에게 무상급식을 하는 것은 현재 재정규모로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시급한 것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저소득층과 상대적으로 열악한 농어촌지역의 부모들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보육에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열악한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시설 투자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것이 진정한 교육복지의 실현이자 효율적인 재정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학생인권조례 및 체벌금지에 대해서도 물론 나름의 생각을 갖고 계실 것입니다. 교과부는 올 초 '학교문화 선진화 방안'을 통해 간접 체벌을 허용한 바 있습니다. 이는 직접 체벌이나 인격모독 같은 폭력적 체벌과는 명확히 구분되는 교육적 훈육으로써 교육에서 반드시 필요한 지도 수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학생의 인격을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에 반대할 사람은 없겠지만, 초등학교에서조차 고학년은 생활지도가 어렵다며 담임을 기피하는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는 것은 자칫 학생들에게 그릇된 인권의식을 심어주고 교권을 흔들리게 하는 등 교육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킬 뿐입니다. 각 학교에서 학생·학부모·교사 등 교육공동체의 합의하에 학교 여건에 맞는 '학교생활 규정'을 합리적으로 만들어 활용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할 것입니다.

교육 자치는 현장에 적합한 교육을 구현하는데 보다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을 두루두루 살피고 차근차근 따져가면서 접근할 때 교육 자치는 생명력을 발휘할 것입니다. 자칫 설익은 교육 실험으로 학생과 학부모들이 진정으로 원하거나 검증된 교육정책이 흔들리면 교육현장은 갈등과 대립이라는 불필요한 소모의 장이 될 것입니다.

교육가족 여러분, 국민은 공교육이라는 서비스의 소비자입니다. 정부는 국가의 백년대계인 교육이 학생과 교사, 학부모에 의해 성장하고, 건강한 경쟁을 통해 창의와 자율이 살아있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국 시·도교육감님을 비롯한 교육가족 여러분과 정부가 힘을 합쳐 상생의 파트너십을 발휘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즐겁고 행복한 학교, 국민들이 신뢰하고 희망을 키워나가는 교육을 열어나갈 수 있도록 교육가족 여러분의 아낌없는 이해와 협력을 부탁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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