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전기, 언제까지 밑지고 팔아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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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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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 못미쳐 전력대란 불러… 요금 현실화” 목소리

냉난방용 전기 수요가 날로 급증하면서 매년 여름, 겨울이면 전력거래소에는 비상이 걸린다. 최대 전력 수요 기록을 갈아치웠던 지난달 7일 전력거래소 직원들이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냉난방용 전기 수요가 날로 급증하면서 매년 여름, 겨울이면 전력거래소에는 비상이 걸린다. 최대 전력 수요 기록을 갈아치웠던 지난달 7일 전력거래소 직원들이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올겨울 들어 최대 전력수요가 네 차례나 경신되면서 ‘전기요금 현실화’ 목소리가 다시 힘을 얻고 있다. 한국전력은 물론이고 시민단체와 정부도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이 외국에 비해 지나치게 싸다는 데 동의한다. 이로 인해 한전의 경영악화는 물론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도 큰 다툼이 없다.

그러나 정부는 물가 압박 등 때문에 선뜻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카드를 꺼내지 못하고 있다. 벌써 몇 년째 반복되는 레퍼토리다.

○ 한전, ‘팔수록 적자’


한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으로 전기 판매단가 대비 총괄원가의 비율, 즉 원가보상률은 93.7%다. 팔면 팔수록 손해가 커지는 구조다. 이런 탓에 한전은 2007년부터 3년 연속 적자를 냈다. 지난해 역시 적자가 확실시된다.

한전 관계자는 “2002년 이후 지난해까지 난방용으로 주로 쓰이는 등유의 가격은 98% 올랐지만 전기요금은 12% 인상에 그쳤다”며 “같은 기간 등유 사용량이 55% 줄어든 반면에 전기 소비가 49% 늘어난 것은 주로 이 같은 비정상적인 가격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원가보다 싼 전기요금 구조는 한전의 적자를 초래하고, 이 적자는 국민의 세금으로 메워야 하기 때문에 결국 국민경제 전체에 부담이 된다”고 덧붙였다.

요금 현실화로 산업계나 가정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한전은 “전기요금이 1% 인상되면 업종별 제조원가에 미치는 영향은 0.01% 정도에 그치며, 가정용 역시 1% 인상 시 가구당 평균 월 300원 정도 요금이 늘어날 뿐”이라고 설명했다.

○ ‘한전의 경영 효율화’ 전제돼야



시민단체 역시 요금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대전제에는 동의한다. 다만 주택용에 비해 가격이 낮은 산업용부터 현실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산업용 전력 사용량은 전체의 53.7%로 주택용(19.7%)의 2.7배이지만 산업용 전력 가격은 주택용의 75% 수준이었다. 차정환 에너지시민연대 부장은 “사용량이 많은데 가격도 낮은 산업용부터 단계적으로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요금 현실화에 앞서 한전의 경영 효율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많은 국민이 아직까지도 한전의 ‘방만 경영’에 대해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작년 국정감사에서는 한전이 지난해 상반기 9000억 원이 넘는 적자를 내고도 4000여억 원의 성과급을 지급한 데 대해 국회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지기도 했다.

○ 정부, 하긴 해야 하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녹색성장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에너지 가격이 왜곡된 측면이 있다”고 언급할 만큼 정부도 전기요금 현실화의 필요성은 익히 알고 있다.

문제는 물가다. 정부는 지난해 초에도 전기요금 현실화 카드를 만지작거렸지만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민경제 압박’이라는 역풍을 우려해 꺼내보지도 못했다. 올해는 경제정책의 방향이 온통 ‘3% 물가안정’에 맞춰져 있는 점이 부담이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물가 문제 때문에 전기요금을 지금 당장 올리기 어렵다”고 한 것도 이 맥락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32개 공공요금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3%로, 이 중 전기요금은 공공요금 가운데 19% 정도를 차지한다. 물가상승 노이로제에 걸려 있는 정부로서는 선뜻 인상을 고려하기 힘든 상황인 셈이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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