쫙깔린 경찰 “高1을 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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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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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고 벗기고 물속에 풍덩… 중학교 ‘졸업 狂파티’ 올해는?

8일 졸업식이 열린 광주 서구 상무고 정문 앞에 정복을 입은 경찰과 사복 형사기동대 차량이 배치돼 학교를 나오는 학생들을 지켜보고 있다. 경찰은 이날부터 17일까지 졸업생들의 일탈행동을 예방하기 위한 집중 순찰 활동을 벌인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8일 졸업식이 열린 광주 서구 상무고 정문 앞에 정복을 입은 경찰과 사복 형사기동대 차량이 배치돼 학교를 나오는 학생들을 지켜보고 있다. 경찰은 이날부터 17일까지 졸업생들의 일탈행동을 예방하기 위한 집중 순찰 활동을 벌인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경찰 아저씨들이 안 왔으면 오늘 선배 언니들한테 계란과 밀가루를 맞을 뻔했어요.”

8일 오전 서울 은평구 응암동 충암중 졸업식에서 만난 주윤지 양(16)은 이날 학교 앞에 쫙 깔린 경찰관들을 보자 안심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주 양은 “안 그래도 어제 졸업한 언니들이 찾아와 ‘밀가루(밀가루 뿌리기) 한번 뒤집어써야지?’라고 말해 긴장했는데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날 충암중 주변은 꽃다발을 파는 상인과 학부모, 친지들로 붐볐다. 지난해와 달라진 것은 경찰관이 학교 주변 군데군데 순찰을 돈다는 점. 이곳에는 졸업식이 열리기 전인 오전 9시경부터 사복경찰관을 포함한 경찰관 50여 명이 배치됐다. 지난해 중고교생의 폭력적인 졸업식 문화가 사회적 문제가 되자 경찰과 시민사회단체는 이날부터 17일까지 열흘 동안 경찰관 4만7000명을 비롯해 총 10만여 명 규모의 순찰조를 투입해 졸업식 ‘관리’에 돌입했다.

경찰이 대거 투입된 덕인지 이날 서울에서 열린 중고교 43곳의 졸업식에서는 지난해와 달리 ‘알몸 뒤풀이’ ‘옷 찢기’ 등 볼썽사나운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해 2월까지만 해도 전국 곳곳에서 ‘막장’ 졸업식 뒤풀이가 열려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남녀가 뒤섞인 채 속옷 차림으로 거리를 누비던 학생들(왼쪽)과 밀가루를 뒤집어쓰고 제주 바다로 뛰어들었던 여고생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지난해 2월까지만 해도 전국 곳곳에서 ‘막장’ 졸업식 뒤풀이가 열려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남녀가 뒤섞인 채 속옷 차림으로 거리를 누비던 학생들(왼쪽)과 밀가루를 뒤집어쓰고 제주 바다로 뛰어들었던 여고생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지난해 일부 졸업생의 알몸 뒤풀이로 물의를 빚은 광주 서구 쌍촌동 상무고등학교에는 경찰 10여 명이 이날 오전 학교 정문 등에 배치돼 특별 순찰을 벌였다. 학교 측은 학생들에게 일탈행동을 하면 형사처벌될 수도 있음을 미리 공지한 뒤 교직원 70여 명이 모두 출근해 선도활동을 벌였다.

그러나 경찰은 아직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전국 대부분의 중고교 졸업식이 9∼11일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이날 충암중에서 순찰을 한 서울 서부경찰서 황선희 경장(29)은 “관내에서 가장 많은 졸업식이 열리는 날이 10일이라 아직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경찰은 일탈적인 졸업식 뒤풀이 문화를 막기 위해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을 ‘요주의 인물’로 보고 집중 관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졸업하는 중3 학생들을 발가벗긴 후 기합을 주거나 심지어 달걀과 밀가루 등 재료비 명목으로 돈을 뜯어가는 행위를 하는 이들 대부분이 고1 학생”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졸업식 현장에선 이 같은 경찰의 집중 단속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조카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금천구 시흥2동 동일중을 찾은 정모 씨(20)는 “경찰로서도 어쩔 수는 없겠지만 즐거워야 할 졸업식에서 마치 감시받는 듯한 기분과 위압감이 느껴져 불편했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은 단속 효과에 의문을 나타내기도 했다. 서울 금천구에서 만난 고등학교 1학년 박모 군(17)은 “어차피 경찰이 단속을 해도 밤에 우리끼리 자주 모이는 곳에서 우리만의 ‘의식’을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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