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는 괴로워”… 美-日도 교권 침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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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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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학부모 닦달에 불면증… 첫 고소
美‘문제 학부모’에 지쳐 퇴직까지

일본 수도권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부모의 닦달에 시달리던 여교사가 학부모를 상대로 500만 엔(약 7000만 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내 교육계가 발칵 뒤집혔다. 학부모가 학교나 교사를 상대로 소송을 낸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교사가 학부모를 고소한 것은 일본에선 처음이다. 미국에서도 극성 학부모에게 시달려 교직을 포기하는 교사가 속출하고 있다.

○ ‘괴물 학부모’에게 시달리는 교사들

이번 일본 학교의 문제는 지난해 6월 사이타마(埼玉) 현 교다(行田)시립초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의 다툼을 담임교사가 중재하면서 일어났다. 해당 학생의 부모는 “잘못은 상대 학생이 했는데 내 자식만 나무랐다”고 담임교사를 비난한 데 이어 학교와 시교육위원회에 8번에 걸쳐 투서를 넣었다. 심지어 학교급식 지도를 하던 담임교사가 자식의 등에 손을 댔다는 이유로 경찰에 폭행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이에 담임교사가 “학부모의 괴롭힘 때문에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고 교사 생활을 계속하는 데 지장이 있다”며 소송으로 맞대응한 것. 교육현장에서는 교사를 동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일본에서는 이처럼 교사에 대한 학부모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이 새로운 사회문제로까지 부상하고 있다. 교사를 괴롭히는 ‘몬스터 페어런츠’(괴물 학부모)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2009년 한 해 동안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휴직한 국공립 초중고교 교사는 5458명으로 이 중 상당수가 ‘몬스터 페어런츠’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에서도 학부모의 교권침해 문제는 큰 사회 이슈다. 미국 교육학자들의 모임인 교육정책연구센터(CTP)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교사가 직장을 그만두는 큰 이유 가운데 하나가 문제 학부모와 상대해야 하는 괴로움 때문인 것으로 나왔다. 전직 교사이자 ‘어려운 학부모와 상대하기: 교사의 생존 가이드’의 저자인 수전 팅글리 씨는 책에서 “자식을 끊임없이 따라다니는 과잉보호형과 자기 자식은 절대 거짓말을 안 할 것이라고 믿는 피노키오형, 자기 요구사항이 있으면 즉각 관철을 주장하는 위협형 학부모가 있다”며 사례별로 대처 요령을 소개하기도 했다.

○ “교사를 구하라”

교사들이 ‘괴물 학부모’에 대처하는 방안은 나라마다 나름대로의 자구책을 갖고 있었다. 미국은 교칙을 따르지 않고 상습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은 사안이 심각하면 학부모를 ‘방임’ 혐의로 수사당국에 고발한다. 미국 교사들은 또 학부모들의 과잉 행동에 대비한 자구책을 마련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부정행위를 한 학생을 처벌할 때는 증거를 확보해두고 학생과 단둘이 얘기할 때는 ‘성추행’ 같은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문을 열어두는 식이다. 소송에 대비해 책임보험에 가입하는 교사들도 있다.

일본에서는 26개 지방자치단체가 학부모의 난감한 요구에 대처하기 위한 대응매뉴얼을 작성했다. 또 요코하마(橫濱) 등 21개 지자체는 변호사와 의사, 심리상담사로 구성된 전문팀을 설치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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