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충돌]‘무상급식’ 둘러싼 정치적 감정 폭발… 서울市政 예고된 파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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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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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市, 증액예산 집행 거부


지방선거 이후 무상급식 등을 둘러싸고 심화돼온 민주당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서울시 간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30일 시의회가 내년 시 예산을 일방적으로 신설 또는 증액한 데 대해 시가 이들 예산을 집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서울시정이 혼란에 빠졌다.

○ “언제까지 다리에서 조마조마해야”

서울시의회가 30일 각종 사업 예산을 삭감한 내년도 서울시예산안을 통과시켜 서울시가 추진하던 대규모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이날 양화대교에서 김포방향으로 향하는 구간의 공사현장이 S자형으로 꺾여 있어 지나는 차량들이 극심한 정체를 빚고 있다.
서울시의회가 30일 각종 사업 예산을 삭감한 내년도 서울시예산안을 통과시켜 서울시가 추진하던 대규모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이날 양화대교에서 김포방향으로 향하는 구간의 공사현장이 S자형으로 꺾여 있어 지나는 차량들이 극심한 정체를 빚고 있다.
예산 삭감으로 인한 사업 중단으로 시민 불편도 예상된다. 그중 하나는 양화대교 통행. 서해뱃길 사업과 연계된 양화대교 경간조성사업(교각 폭 넓히기)은 다리 중간 112m 구간과 이를 지지하는 교각 2개를 철거하고 아치 모양의 구조물 겸 지지대를 다리 위에 올리는 사업이다. 2월부터 시작돼 현재는 도려낸 김포 방향 다리 112m 구간에 아치를 얹을 준비를 하고 있다. 총사업비는 415억 원.

문제는 공사를 위해 서울시가 일자형이던 양화대교 김포 방향 도로를 공사 부분만큼 휘어 ‘S자형’으로 바꾼 것. 현재 운전자들은 아슬아슬해 보이는 다리 위 곡선구간을 통과해야 한다. 4차로이던 도로도 3차로로 줄어든 만큼 출퇴근 시 교통 체증도 심각하다. 사업이 중단되면 현재 불편함을 계속 겪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에도 곡선 부분을 보지 못한 운전자가 미끄러져 충돌 사고를 냈다”고 말했다.

현재 S자형으로 꺾어진 다리는 아치를 올려야 원래 형태인 일(一)자형으로 바꿀 수 있다. 현재 서울시가 이 사업을 위해 신청한 내년 예산은 182억 원이지만 시의회가 전액 삭감했다. 당장 다음 달 1일부터 공사가 중단되면 시공업체에서는 뜻하지 않은 피해를 보았다며 서울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가능성도 있다.

○ 법적 공방 지속될 것

이종현 서울시 대변인은 “시의회가 새로운 예산을 편성한 것은 ‘시의회가 지출예산을 신설 또는 증액할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규정한 지방자치법 제127조 3항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일단 서울시는 시의회가 신설, 증액한 사업예산을 집행하지 않을 방침이다. 여기에 예산안 편성 절차가 법을 어겼다는 점을 근거로 시의회에 재의(再議)를 요구하거나 대법원에 무효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29일 오후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16차 본회의’에 참석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왼쪽)이 밝은 표정으로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곽 교육감은 민주당 소속 서울시의원들이 30일 새벽 무상급식 예산을 포함한 내년도 서울시 예산안을 통과시키자 “통과된 교육예산안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29일 오후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16차 본회의’에 참석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왼쪽)이 밝은 표정으로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곽 교육감은 민주당 소속 서울시의원들이 30일 새벽 무상급식 예산을 포함한 내년도 서울시 예산안을 통과시키자 “통과된 교육예산안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친환경 무상급식 조례안에 대해서도 대법원에 무효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대법원에서 서울시 손을 들어주면 무상급식 예산 지원 근거가 없어져 시의회가 편성한 무상급식 예산은 무효화된다. 반면 서울시가 패소하면 무상급식 예산은 확정된다.

이에 대해 서울시의회 민주당은 30일 논평을 내고 “자기 마음에 들면 명분 있는 삭감이고 마음에 안 들면 보복성 삭감인가”라며 “오세훈 시장은 예산안을 차질 없이 집행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당 전현희 원내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도 대북강경책에서 비로소 평화와 대화를 얘기하고 있다. 오 시장은 아이들에게 밥 먹이는 예산에 대한 입장을 바꾸는 게 뭐가 그리 어려운가. 쓸데없는 고집 부리지 말고 무상급식 예산을 집행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내년에 추경 편성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예산이 삭감된 서울시 핵심 사업 일부가 살아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증액한 사업을 서울시가 집행하기로 하는 대신 한강예술섬 등의 예산을 되살리는 방향으로 양측이 타협할 수도 있기 때문.

○ 예고된 파국

서울시와 시의회 민주당 측은 대립과 협상을 되풀이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양측은 민주당 공약인 ‘친환경 무상급식’과 오세훈 시장의 공약인 ‘3무(無) 학교’(사교육·학교폭력·학습준비물 없는 학교)를 비롯한 교육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민관협의회를 9월 출범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양측의 갈등은 이달 1일 시의회 민주당이 내년 시내 초등학교에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내용을 담은 ‘친환경 무상급식 조례안’을 강행 처리하면서 불이 붙었다. 오 시장이 시의회와 시정 협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 하지만 성탄절인 25일 오 시장과 민주당 시의원들이 만나 대화 재개에 합의하면서 타결 가능성이 나오기도 했지만 무상급식 예산을 둘러싼 견해차로 서로 불신만 키웠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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