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방과후 ‘학생 눈높이’ 31개강좌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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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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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제일고 ‘사교육 없는 학교’ 실험 4개월

인천제일고 학생들이 천체관측 실습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 동아리 회원들은 “학년 구분 없이 별자리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모여 동아리 활동을 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인천제일고
인천제일고 학생들이 천체관측 실습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 동아리 회원들은 “학년 구분 없이 별자리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모여 동아리 활동을 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인천제일고
8일 오후 7시경 인천 부평구 십정동 인천제일고 2학년 교실. 학생들이 민아영 영어교사와 함께 EBS 영어 대학수학능력시험 특강에서 나온 문제를 유형별로 풀고 있었다. 수능에서 EBS 강의 출제 비율이 높아지자 문제 풀이 위주의 독해와 문법에 주안점을 두고 공부하고 있는 것. 이 수업은 정규 수업이 끝난 뒤 이뤄지는 ‘사교육 없는 학교 강좌’ 중 하나다. 사교육 없는 강좌는 월∼금요일 매일 오후 6시 반부터 8시 반까지 2시간 동안 진행된다. 강좌는 유형별로 총 31개가 개설돼 있다. 학생들의 수요와 눈높이를 충족하는 다양한 강의를 마련해 학생들의 인기가 높다. 예를 들어 영어는 ‘심화 유형별 독해’ ‘즐거운 고급 영어독해 연습’ ‘영어 독해’ ‘영어야 놀자’ ‘백 투 더 베이직’ 등 9개 강좌가 개설돼 있다. 과학은 ‘물리Ⅱ 특강’ ‘화학Ⅰ 개념정리 및 고난도 문제풀이’ ‘생물Ⅱ 내용정리’ 등 유형별 강의가 마련돼 있으며 일부 강의는 외부 강사가 맡는다.

올 9월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사교육 없는 학교’로 지정된 인천제일고가 학생들의 높은 호응 속에 사교육 없는 학교로 내실을 쌓고 있다. 1학년 이창현 군(16)은 “예전에는 수업을 마치고 학원에 가기 위해 1시간을 차안에서 보내곤 했는데, 지금은 수준 높은 방과후 수업이 학교에서 진행돼 만족한다”며 “과학 수업의 경우 2학년 형들과 함께 수업을 받는데, 형들이 친절하게 잘 가르쳐줘 허물없이 지낸다”고 말했다.

사교육 절감을 위한 다른 프로그램들도 인기다. 정규 수업 전 멀티미디어실에서는 인터넷 학습반 2개를 운영하고 있다. 또 △체육활동 △컴퓨터반 △한자반 △미술반 △음악반 △논술반 등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맞춘 교육프로그램도 인기가 높다. 외부 강사를 활용한 체대 입시반이 학부모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과학실험동아리’ ‘영자신문 읽기’ ‘천체 관측 실습’ ‘30분 토론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등 다양한 동아리 활동도 사교육비를 줄이는 데 한몫하고 있다.

학부모 송명희 씨(43)는 “아들이 학교의 사교육 없는 강좌를 통해 두 가지 수학 강의를 듣고 있는데, 무엇보다 교사가 철저하게 강의를 준비해 아이의 수업 만족도가 높은 것 같다”며 “수업의 질은 유지하면서도 과목당 30만∼40만 원 하는 수강료가 10분 1로 줄어 사교육비 부담이 많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천제일고의 사교육 없는 학교 지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한 번 탈락의 고배를 마신 뒤 학교와 교사가 똘똘 뭉쳐 철저히 준비를 하는 과정을 거쳐 재도전해 성공한 것. 인천제일고 한총구 교장(55)은 “유치원 시절부터 고등학교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사교육은 학생들의 잠재의식 속에 깊이 뿌리박혀 있었다”며 “공교육을 올바로 세우기 위해 사교육 없는 학교를 시작했지만 교사의 열정과 노력, 학생 학부모의 적극적인 참여가 없었다면 성과를 거두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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