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학술지 21개 모두 “등재후보 취소-경고-주의” 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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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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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교수들 끼리 봐주기 심사… 심사날짜가 투고일보다 앞서

논문심사를 하지 않고도 한 것처럼 논문 투고 대장을 허위로 작성하는 등 엉터리 논문심사를 한 학술지에 퇴출 조치가 내려졌다. 한국연구재단은 14일 전국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20곳에서 발행하는 21종의 등재·등재후보지를 점검해 논문 심사를 부실하게 한 연세대 경북대 전남대 부산대 영남대 충북대 한국외국어대 등 7개 대학 로스쿨 학술지의 등재 취소를 결정했다.

이에 앞서 서강대는 로스쿨 발행 학술지를 자체 폐간했다. 또 자교(自校) 소속 투고자의 게재율 및 자교 소속 심사자의 심사건수 비율이 과다하게 높은 고려대 성균관대 원광대 이화여대 등 11개 로스쿨 학술지에는 주의 또는 경고조치를 내렸다. 관련 자료 제출이 늦어진 서울대는 현재 정밀 검토하고 있으며 결과에 따라 다른 학술지와 동일한 기준으로 조치할 계획이다.

연구재단은 올 국정감사에서 대학과 연구기관 등에서 발간하는 학술지의 논문이 제대로 심사받지 않거나 자기 대학 교수들끼리 심사하는 사례가 많아 대부분 탈락되지 않고 그대로 게재되고 있다고 학술지 부실관리 실태를 고발함에 따라 이번 특별점검을 실시했다. 국내 학술지 난립에 따른 수준 저하와 학술지 부실 관리실태는 학계 내부에서도 끊임없이 제기되는 문제다.

▶본보 9월 10일자 A12면 참조
학회 2635개, 학술지 1885종… ‘질보다 양’ 치닫는 대한민국 학계 현주소


연구재단은 이번 점검을 위해 2009∼2010년 전국 20곳의 로스쿨에서 발행한 학술지 투고논문 및 심사서 등 관련 서류를 확보해 분석했다. 이번에 등재·등재후보지에서 취소된 학술지는 심사서가 확인되지 않은 비율이 50%를 넘었다. 게재 논문에 대한 심사서는 제출했지만 실제로 심사가 이뤄졌는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영남대 로스쿨에서 발행하는 ‘영남법학’의 경우 제출된 심사서에서 심사자는 동일한데도 서명이 달랐다. 전남대 ‘법학논총’은 논문 투고 일자보다 심사서 작성 일자가 더 빨랐다. 제출하지도 않은 논문에 대한 심사가 이뤄졌다는 의미다. 심사자가 e메일 등으로 심사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는 사례도 많았는데 이런 경우는 허위로 논문심사서를 작성했다는 의혹이 일 만하다는 것. 대학들은 “담당 조교가 바뀌어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거나 “e메일 수신 내용이 삭제됐다”고 해명했다. 연구재단은 등재 취소 조치가 결정된 학술지는 소명 기회를 부여하고 이의 제기된 내용은 재검토한 뒤 최종 결과를 확정할 방침이다.

한편 자대 교수들의 논문 게재율과 심사자 비율이 90%를 넘는 학술지에는 각각 경고 조치를 내렸다. 고려대 성균관대 원광대는 자대 교수들의 논문 게재율이 90%를 넘었다. 이화여대 한양대는 논문 심사자 중 자대 교수 비율이 90%를 넘어 경고를 받았다.

연구재단은 법학전문대학원 외에 다른 연구기관, 분야로 조사 범위를 확대하는 등 학술지 전반의 실태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같은 학교 교수끼리 심사하고 게재하는 엉터리 논문심사가 발생할 개연성이 높은 대학 부설연구소가 중점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재단 배영찬 연구진흥본부장은 “실태 조사를 토대로 학술지 평가 지표를 개발할 것”이라며 “피인용 지수 등 질적 평가기준으로 10년 내 국내 학술지를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한국연구재단에 등재되거나 등재후보인 국내 학술지는 총 1885종에 이른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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