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인천 부평아트센터 무대에 올려지는 연극 ‘어린 왕자’에는 송영길 인천시장과 5명의 구청장이 카메오로 출연한다. 7일 배진교 남동구청장, 조택상 동구청장, 고남석 연수구청장, 홍미영 부평구청장, 탤런트 송옥숙 씨(왼쪽부터)가 리허설에 참가했다. 이날 리허설에 나오지 못한 송 시장과 박우섭 남구청장도 틈나는 대로 맹연습하고 있다.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7일 오후 1시 인천 부평아트센터 지하 2층 연습실에 남동구, 연수구, 부평구, 동구 등 4개 구의 기초자치단체장이 모였다. 이들은 26일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대극장) 무대에 올려질 문화 나눔 연극 ‘어린 왕자’의 카메오로 출연할 예정이다.
이날 배진교 남동구청장, 고남석 연수구청장, 홍미영 부평구청장, 조택상 동구청장 등은 바쁜 시간을 쪼개 연극 리허설에 참석했다. 이 연극엔 송영길 인천시장과 박우섭 남구청장도 카메오로 출연하는데, 북한의 연평도 도발 수습 등 일정이 바빠 이날 연습에는 나오지 못했다.
리허설이 시작되자 구청장들은 주연 배우를 상대로 연기를 펼치거나, 홀로 거울 앞에 서서 대본 암기와 표정 및 발성 연습을 했다.
어린 왕자로 나오는 주연 여배우 이경은 씨(23)가 조 구청장을 마주 보며 “아저씨, 안녕! 아저씬 무엇 때문에 그렇게 불을 켰다가 끄곤 하지”라고 외쳤다. 점등인 역을 맡은 조 구청장은 불을 켰다가 끄는 모습을 보여준 뒤 “명령이야. 잘 잤니?”라는 대사를 이어가야 하지만 웃음부터 터뜨렸다. 이어 “대본이 왜 이리 길어. 어떻게 다 외우나”라고 엉뚱한 소리를 하고선 그만 NG를 냈다.
대학 때 연극반이었던 고 구청장은 이번 연극에서 2역을 맡는다. 어린 왕자 이 씨가 “아저씨 여기서 뭘 해?”라고 묻자 고 구청장은 “나는 손님들을 1000명씩 분류하고 있어. 여행객을…”이란 ‘긴 대사’를 큰 소리로 거침없이 읊었다.
여우 역을 맡은 홍 구청장은 거울 앞에 서서 왕자와 대화를 나누는 12장 대본 암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홍 구청장은 “연극무대에 처음 서게 돼 떨린다”며 “젊을 때 공부방을 운영하면서 어린이들에게 구연동화를 해준 경험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카메오 출연자 중에서는 조 구청장이 쑥스러움을 제일 많이 타는 편이다. 그는 “연극이 체질에 맞지 않지만 좋은 뜻으로 작품에 출연하는 만큼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고 했다.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인천문화재단 후원으로 공연되는 ‘어린 왕자’는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문화 나눔 연극’이란 부제를 달았다. 관람료는 2만∼5만 원인데, 제작을 위한 실비를 제외하고 이익금 전액을 생활형편이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한다. 공연일에는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별도의 성금을 거둔다. 작품 제작을 맡은 극단 ‘MIR(미르) 레퍼토리’ 소속 연출가와 스태프들은 이번 작품에 한해 급료의 50%만 받기로 했다.
탤런트 송옥숙 씨(50·인천영화인협회 회장)와 ‘얼짱’ 스포츠 스타로 유명한 인천 출신 당구 국가대표 차유람 씨(23)도 각각 장미꽃과 허영쟁이 역으로 특별 출연한다. 송 씨는 시장과 구청장을 상대로 연기 지도까지 맡고 있다. 그는 “연극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카메오에게도 연습을 독려하고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극에서 송 시장과 인천지역 10개 구군 기초단체장에게 배역을 맡기려 했지만, 무대에 서기를 꺼리는 5개 기초단체장은 카메오 출연을 고사했다. 출연자 가운데 박 구청장은 대학 연극반 출신인 데다 극단 ‘연우무대’ 창립회원인 정식 단원이다. 그는 5·18민주화운동을 담은 영화 ‘꽃잎’을 포함한 다수의 영화에 출연한 연기파 정치인. 송 시장도 고교 시절 연극반 출신이다. 연출을 맡은 극단 ‘미르 레퍼토리’의 이재상 대표는 “단체장들이 모여 문화를 통해 소통하고, 문화 나눔을 실천하려는 작품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은 26일 오후 3, 7시 두 차례 펼쳐진다. 관람료는 무한돌봄(VIP석) 5만 원, 사랑돌봄(R석) 3만 원, 행복돌봄(S석) 2만 원. 032-421-5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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