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 정치자금 수수혐의’ 첫 공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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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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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한신건영 직원 “돈가방 안닫혀 사장이 무릎으로 눌러 닫아”
한명숙 前총리 “대낮 도로변서 돈 받았다는 주장 아연실색”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앞줄 가운데)가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두하기 위해 법원에 들어서고 있
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오른쪽),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등 민주당 지도부와 당직자들
도 이날 공판을 참관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앞줄 가운데)가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두하기 위해 법원에 들어서고 있 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오른쪽),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등 민주당 지도부와 당직자들 도 이날 공판을 참관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한번은 가방에 돈을 담는데 가방이 잘 닫히지 않을 정도로 돈 부피가 커서 사장님이 무릎으로 눌러서 겨우 닫은 적이 있어요. 그때 1만 원권 위에 쌓여 있던 달러 다발은 가방 안쪽에 있는 그물망 주머니에 넣기도 했죠.”

2007년 민주당 소속 의원 신분이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불법 정치자금 9억여 원을 건넸다는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49·복역 중)의 부하 직원이었던 한신건영 전 경리부장 정모 씨(여)는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우진) 심리로 열린 이 사건 1심 첫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돈 가방을 준비했던 상황을 상세히 증언했다.

정 씨는 “한 대표의 지시로 현금과 수표, 달러 등을 인출해 총 9억 원을 마련했다”며 “회사가 부도난 뒤 밀린 월급을 받기 위해 작성한 채권 회수 목록과 회사의 비자금 등을 관리하기 위해 작성한 ‘B 장부’ 사본 등을 근거로 그렇게 기억했다”고 밝혔다. 또 “한 대표가 3억 원을 마련하라고 지시할 당시 ‘의원님(한 전 총리)께 갈 돈이다. 쇠고랑 차지 않게 잘해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정 씨는 “장부에는 ‘한’이라고 기재했다. 의원님이라고 해서, ‘한 대표가 아는 의원이 한 전 총리밖에 없어서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날 한신건영의 채권회수 목록과 접대 명세가 기재된 별도 장부인 ‘B 장부’를 제시했다. 채권회수 목록에는 ‘의원’이라고만 기재돼 있었다.

정 씨는 “세 번 돈을 담을 때 항상 사장(한 대표)님과 함께 담았다”며 “한 번은 외부에 있던 사장님의 지시로 돈이 담긴 여행용 가방을 지하주차장에 있던 사장님 차 트렁크에 넣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당시 정 씨가 돈을 담기 위해 구입했던 여행용 가방의 영수증을 제시했고, 정 씨는 “내가 산 것이 맞다”고 확인했다. 2007년 3월 30일 산 가방은 인천 계양구 홈플러스 작전점에서 오후 11시 52분 구입했고, 같은 해 4월 30일 산 것은 홈에버 일산점에서 오전 11시 20분에 구입했다는 시간이 찍혀 있었다. 검찰은 정 씨에게 당시 구입한 것과 똑같은 가방(모델명 처비하드 19)을 법정에 갖고 와 정 씨에게 보여줬다.

이날 공판에서 한 전 총리 측은 준비가 덜 됐다는 이유로 다음 공판 때 반대신문을 하기로 했다. 정 씨의 증언에 앞서 한 전 총리는 “이번 사건은 (5만 달러 수수 의혹 사건) 무죄 판결에 대한 검찰의 보복수사”라며 “대낮에 수행비서나 운전기사도 없이 직접 차를 운전해 지역구의 도로변에서 돈 가방을 받았다는 공소사실을 보고 아연실색했다”고 혐의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이어 “두 번의 부당한 기소를 겪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온몸으로 절감하고 있다”며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이기도 했다.

韓씨측 “2차공판서 반대신문”


이에 검찰은 “법정은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곳인 만큼 정치적 발언을 삼가라”고 맞서며 신경전을 벌였다. 이날 법정에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야권 인사 수십 명이 몰려와 방청했다. 2차 공판은 20일 오후 2시에 열리며, 한 전 총리에게 직접 돈을 건넨 한 전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동영상=한명숙의 고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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