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실은 경춘선 ‘추억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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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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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개통 71년만에 퇴장… 1시간주파 복선전철 대체… 강촌 등 간이역도 사라져

경춘선을 대신할 경춘선복선전철의 강원 춘천시 신동면 구간에서 신형 전동차가 시험운행되고 있다. 경춘선복선전철은 21일 개통된다. 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경춘선을 대신할 경춘선복선전철의 강원 춘천시 신동면 구간에서 신형 전동차가 시험운행되고 있다. 경춘선복선전철은 21일 개통된다. 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춘천 가는 기차는 낭만과 추억을 싣고 달렸다. MT를 가기 위해, 연인과의 여행을 위해, 102보충대로 입대하기 위해, 강원도에서의 군 생활을 위해 7080세대는 춘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그 경춘선이 이달 20일 운행을 끝으로 사라진다. 일제가 1939년 7월 자원 수탈을 위해 개통한 지 71년 만이다. 완행열차 비둘기호는 1998년 2월 15일 운행을 끝으로 경춘선에서 사라졌다. 2004년 3월 31일 통일호가 퇴장했고 이번에는 무궁화호 차례다. 이들의 빈자리는 경춘선복선전철이 대신한다.

○ 터널에 가린 북한강 풍경

이달 1일 강원 춘천시민을 대상으로 한 경춘선복선전철 첫 시승행사가 열렸다. 시민들은 춘천역∼상봉역을 약 1시간 만에 주파하자 ‘춘천의 수도권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을 한껏 드러냈다. 그러나 시민들의 아쉬운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북한강의 수려한 경관을 제대로 볼 수 없고, 정겨운 간이역 풍경도 사라졌다.

이 가운데 가장 아쉬운 대목은 열악해진 조망권이다. 잠시 바깥 구경을 하다 보면 금세 터널 속으로 들어가기 일쑤다. 복선전철 구간을 직선화하다 보니 터널이 많아진 탓이다. 한국철도시설공단에 따르면 복선전철 춘천역∼상봉역 81.4km 가운데 터널은 23개로 총길이는 32km에 이른다. 시승행사에 참가한 한중일 춘천시의원(42)은 “신구 세대 모두의 추억이 깃든 경춘선 열차를 이제 탈 수 없다는 점은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 정겨운 간이역도 아쉬운 퇴장

경춘선에는 작고 아담한 역사(驛舍)들이 남아 있다. 국내 최초로 사람 이름을 딴 김유정역을 비롯해 주말마다 대학생들로 넘쳐나는 강촌역, 철로 사이에 역사가 있는 백양리역, 영화 ‘편지’의 촬영 무대였던 경강역 등. 21일 복선전철이 개통되면 이 역들은 기차역으로서의 수명이 끝난다. 복선전철 노선의 18개 역사가 모두 신축됐기 때문이다. 경기와 강원 경계에 있다는 뜻으로 붙여진 경강역은 이름까지 빼앗겼다. 현재 경강역 인근에 ‘굴봉산역’으로 새롭게 탄생한다.

이 역사들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현재 결정되지 않았다. 춘천시와 공단,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민자사업자를 선정해 경춘선 춘천 구간 가운데 20km를 관광자원화할 방침이다.

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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