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에서 서울시 민방위 직원과 역 관계자들이 역 구내에 설치된 방독면, 비상조명 등의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서울시는 고층 건물 지하와 지하철역 등 총 3919곳의 비상대피 시설을 구청별로 지정해놓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글쎄요? 서울에도 그런 곳이 있나요?” “어디로 피신해야 하는지 들어본 적 없는데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이 일어나고 3일이 지난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5가역에서 오가는 시민들에게 ‘서울시 비상 대피시설’에 대해 물었다. 시민들은 다들 ‘들어본 적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시는 “서울 전역에 3919개소의 비상 대피시설을 마련해놓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시민들은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 모르고 있어 실제 공습이나 포격 상황이 발생했을 때 큰 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연평도 같은 농어촌 지역은 방공호 시설로 지하공간을 따로 만들어 놓았지만 서울에는 그런 곳은 없다. 서울 등 대도시의 경우 대형 건물의 지하공간이나 지하철역, 지하보도 등이 많이 있기 때문. 서울시 관계자는 “공습경보가 울리면 공공시설 지하 등 지정된 대피시설로 피신하면 된다”며 “서울의 경우 지하철역과 주요 공공건물 지하, 터널 등을 구별로 확보해 놓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민들은 ‘정작 공습당하면 숨으라는 곳이 지하철역이냐’며 불안해하는 분위기다. 아예 대피시설이 어디인지 모르는 시민들도 많았다. 서울 강남구에 살고 있는 주부 박계연 씨(32)는 “지금껏 살면서 한 번도 대피시설에 대한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며 “최근에서야 관심을 갖게 돼 인터넷으로 검색해봤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반 지하시설은 구조적으로 대피시설로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공습이나 재난 등이 발생했을 때 최소한의 생활을 할 수 있는 대비 없이 공간만 제공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 한국재난정보학회 김태환 총무이사(용인대 교수)는 “외부에서 공격을 받았을 경우 시민들이 대피를 하게 되면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숙식 등을 해결할 수 있어야 진정한 의미의 대피시설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주민들이 5분 이내에 대피할 수 있도록 4개 등급으로 나눠 구별로 대피시설을 확보해 놓고 있다. 이들 대피시설은 서울시 인구(1046만여 명)의 2.7배 정도를 수용할 수 있다. 전국적으로 우리 동네 대피시설은 국가재난정보센터 홈페이지(www.safekorea.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2주일 이상 분량의 비상식량과 비상급수가 가능한 1등급 지휘용 대피시설은 청와대나 군사시설 등 23곳에 불과해 핵무기 공격 시 방사능과 낙진(落塵)을 피할 수 있는 시설이 없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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