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관련 전공자 일부 조폭운영 도박장 딜러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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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적 카지노 몇곳 안돼… 불법 알면서도 발 들여놔”
경찰, 조폭 2개파 8명 구속… 유사 도박장 수사 확대

서울 강남 일대 오피스텔이나 고급 아파트를 빌려 불법 사설도박장을 운영한 조직폭력배 추종 일당이 붙잡혔다. 이들은 대학에서 카지노 관련학과를 졸업한 딜러까지 채용했고 손님 가운데에는 고등학교 현직 교사까지 있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7월부터 최근까지 서울 서초구 서초동, 강남구 역삼동과 삼성동에 있는 오피스텔과 고급 아파트에 불법으로 도박장을 차려놓고 5억8000만 원의 수익을 챙긴 혐의(관광진흥법 위반 및 도박개장 혐의)로 영등포 C식구파 원모 씨(35)와 동대문구 C파 행동대원 출신 최모 씨(37) 등 8명을 구속했다고 8일 밝혔다. 딜러와 도박 참가자 등 50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일반 주거지에 강원랜드급 카지노바와 칩을 준비해 놓고 ‘바카라’로 불리는 도박판을 벌여 손님을 끌어 모은 것으로 밝혀졌다. 바카라는 트럼프 카드게임의 일종으로 두 장의 카드 숫자를 더한 수의 끝자리가 9에 가까운 쪽이 이기는 게임. 일당은 ‘롤링업자’로 불리는 물색책을 두고 평소 강원랜드를 자주 오가는 상습도박꾼에게 은밀히 접근해 도박할 뜻이 있는지 확인한 뒤 미리 준비한 계좌로 도박자금을 입금한 손님만 차에 태워 오피스텔과 아파트로 이동했다.

이들은 물색책뿐만 아니라 경찰관의 동태를 감시하는 ‘문방’, 손님 식사를 담당하는 주방장까지 두고 전문 도박장과 똑같이 운영했다. 경찰이 급습할 것을 염려해 치밀한 대비책을 준비하기도 했다. 경찰이 급습하면 주방장이 재빨리 밥상을 차리고 손님들은 자연스럽게 식사를 하는 모습을 연출해 마치 친목모임인 것처럼 가장하도록 ‘단속 대비 모의훈련’까지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곳에서 딜러 일을 한 20, 30대 여성 4명은 카지노 관련학과를 전공한 대졸자였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국내 합법 카지노만으로는 졸업생을 다 수용할 수 없어 생계유지를 위해 할 수 없이 불법에 발을 들였다”고 털어놨다. C파의 도박장에서 현장 검거된 도박자 32명도 대부분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가정주부, 자영업자, 보험설계사, 현직 고등학교 교사인 이들은 개인적으로 많게는 수억 원의 도박 빚을 진 상습도박꾼들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상습 도박꾼이 많은 데다 이들을 타깃으로 자금을 모으려는 조직폭력배 추종 세력이 사설 도박장을 운영하는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단속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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