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동서남북/수십억짜리 알펜시아, 시골서 팔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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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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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개발공사가 춘천 본사에 있던 조직 일부를 알펜시아리조트가 있는 평창군으로 옮겼다. 지난달 15일 취임한 김상갑 사장을 비롯해 핵심부서라고 할 수 있는 인사총무, 기획, 감사팀 직원 20명이 1일부터 평창으로 옮겨 근무하고 있다. 본사에 근무하던 직원 48명 가운데 절반가량이 터전을 옮긴 셈이다.

부서 이전 목적은 현장 중심 경영을 통해 극심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알펜시아의 정상화를 꾀한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취임식 때 “알펜시아의 분양 및 운영과 관련한 현안 해결을 위해 사장 집무실을 알펜시아로 옮겨 현장 상황을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김 사장이 밝혔던 대로 ‘현안을 푸는 데 부서 이전이 꼭 필요했을까’ 하는 점이다. 알펜시아의 현안은 유동성 위기의 주원인인 고급 골프빌리지 분양이다. 그런데 평창 현장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채에 수십억 원이나 하는 골프빌리지를 현장에서 팔기는 어려운 일. 차라리 분양을 위해서라면 구매 대상이 많은 서울로 가는 것이 맞는 일이다.

부서 이전이 성급하게 이뤄졌다는 지적도 많다. 김 사장이 취임 때 밝혔던 것이 불과 10여 일 만에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춘천에 살던 직원들은 졸지에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신세가 됐다. 현장으로 옮긴 직원들의 사무실과 숙소는 강원도개발공사가 예전에 매입한 구 콘도건물. 이곳은 겨울철에는 알펜시아 스키장 아르바이트 직원들의 숙소로도 활용돼 왔다. 그런데 직원들이 옮겨오는 바람에 당장 이들의 숙소 문제도 해결해야 할 판이다. 이와 반대로 직원들이 빠져나간 춘천 본사 사무실은 텅 비어있다. 강원도개발공사는 앞으로 조직개편을 한 뒤 추가 부서 이전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본사에 남아있는 부서는 재무관리, 대외협력, 사업지원, 사업개발, 건설사업팀. 알펜시아 외 다른 사업과의 연관성이 큰 부서들이다. 굳이 옮길 이유를 찾기 힘들다. 강원도개발공사의 부서 이전이 ‘의미 없는 이벤트’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의 논리대로라면 건설회사는 아파트 현장마다 본사가 따라다녀야 한다.

이광재 강원도지사는 강원도개발공사의 이전에 대해 “현장에서 승부를 걸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과연 알펜시아 현장에서 어떤 승부가 날지 주의 깊게 지켜볼 일이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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