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잃고 재혼 강요당한 케냐여성 난민 인정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9일 09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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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죽자 '아내 상속'이라는 관습에 따라 재혼을 강요당하던 케냐 여성이 법원에서 난민으로 인정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박정화 부장판사)는 케냐 출신 A(42·여)씨가 난민으로 인정해달라며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난민인정불허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남편 형제가 루오족(族)의 아내상속 제도를 이유로 다른 남자와 성관계하라고 요구하거나 재혼을 강요하고, 이에 응하지 않자 재산을 빼앗고 자녀를 협박한다면서 A씨가 (그동안 고통 받은) 상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망한 남편의 형제한테서 다른 남성과의 성관계나 혼인을 강요당하는 것은 성적 자기결정권 박탈이자 인간의 존엄성이 침해된 것"이라며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점, 아내상속의 문제점이 지적되면서도 뿌리 깊은 관습이라 개선이 쉽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케냐정부가 A씨를 보호할 충분한 능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케냐 루오족은 기혼 여성이 남편을 잃으면 남편의 형제가 선택한 인물에게로 상속되는 이른바 '아내상속' 관습을 두고 있다. 원래는 과부와 자녀를 남편의 형제가 부양하도록 하려는 취지에 따른 것이지만, 점차 유족을 약탈하고 착취하는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

2006년 5월 입국한 A씨는 '루오족 남성과 전통 방식에 따라 결혼했는데 남편이 2년 전 교통사고로 숨지자 남편 형제가 아내상속 제도에 따라 다른 남성과의 성관계와 재혼을 강요하고 있다'며 난민으로 인정해줄 것을 신청했다.

법무부가 난민 신청을 기각하자 A씨는 '남편 형제가 성관계를 강요하거나 집에 찾아와 성폭행을 시도하고 협박을 일삼고 있다'며 소송을 냈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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