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남대구초교-대구교육대, 빛나는 ‘좋은 교육’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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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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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생들-아이들 통해 소양 키우고, 초교생들-언니 오빠들과 희망 가꿔

남대구초교 학생들이 교내 도서실에서 대구교대 언니 오빠들과 공부를 하고 있다.서 있는 사람은 최명자 교장.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남대구초교 학생들이 교내 도서실에서 대구교대 언니 오빠들과 공부를 하고 있다.서 있는 사람은 최명자 교장.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좀 기다려 주세요. 멋진 여성 판사가 나올 테니까요.” 20일 오후 6시 대구 남구 대명2동 남대구초등학교 2층 도서실. 대부분 집으로 돌아가고 운동장에는 어둠이 내리는 시간이지만 몇몇 5, 6학년 학생은 대학생 언니, 오빠와 공부하느라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판사가 되고 싶다는 5학년 박하향 양(12)은 판결이라도 하듯 또박또박 자신의 꿈을 소개했다.

대구시내에 있지만 이 학교는 전교생이 328명으로 아주 적은 편이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많아 겉으로 보이는 교육환경은 그다지 나아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남대구초교는 교육과학기술부가 2007년 전국의 학교를 평가했을 때도 대구 시내 초교 중에서는 유일하게 교육과정 우수 학교에 뽑혔을 정도로 알차다. 2006년부터 교사와 학생, 대구교육대가 힘을 모아 ‘좋은 교육’을 해보자고 팔을 걷어붙였기 때문이다.

특히 이 학교는 대구교육대와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는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이날 학생들을 지도한 대학생도 대구교대생들이다. 예비 선생님인 교대생들은 학생 지도를 하면서 교단에 서는 꿈을 키우고 초등학생들은 언니 오빠 같은 대학생과 함께 공부하면서 미래를 꿈꾼다. 1학기에 교대생 20명이 참여해 기초학력이 떨어지는 학생 40명을 맡아 지도했다. 2학기에도 100시간을 목표로 같은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교대생이어서 그런지 아이들을 마주하는 마음가짐부터 다르다. 전북 전주에서 대구교대에 진학한 1학년 신아라 씨(20·여)에게 이 학교 학생들은 막내동생과 마찬가지다. 신 씨는 “아이들과 함께 밥을 먹으면서 마음을 나누는 것도 소중한 공부”라며 “너무 잘 따라줘 하나라도 정성껏 지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1학년 김기범 씨(20)도 “교사가 되고 싶은 꿈을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는 시간을 통해 키워나가고 있다”며 “오히려 아이들을 통해 교사에게 필요한 자질이 무엇인지를 배운다”고 말했다. 김 씨의 지도를 받던 6학년 최현규 군(13)의 꿈은 요리사. 최 군은 “많은 사람들이 내가 만든 요리를 먹을 수 있도록 하려면 지금부터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대구초교는 대구시교육청이 지정한 창의성 교육 자율학교지만 무미건조한 창의성만을 강조하지 않는다. 삶과 배움이 동떨어지지 않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한 목표다. 교직원들은 이를 ‘남대구 프로젝트 철학’이라고 부른다. 최명자 교장(55·여)은 “학생들이 여기서 6년을 공부하면 중고교, 대학 이후에까지 창의적인 삶을 가꾸는 싹이 돋아나도록 가만히 귀 기울이며 뒷바라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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