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안하면 불안 하면 불만” 중학 방과후 학교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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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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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학부모 교사도 “이게 아닌데…”
정규 수업 내용 단순복습 일쑤 상당수 학생이 “끝난 뒤 학원가요”

방과후학교를 두고 중학생과 학부모들의 고민이 늘고 있다. 방과후학교를 강력 권유하는 학교 분위기와 교사 추천이 중요해진 특목고 
입시 환경 변화에 따라 만족스럽지 않은 방과후학교 수업을 ‘관리’ 차원에서 들어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방과후학교를 두고 중학생과 학부모들의 고민이 늘고 있다. 방과후학교를 강력 권유하는 학교 분위기와 교사 추천이 중요해진 특목고 입시 환경 변화에 따라 만족스럽지 않은 방과후학교 수업을 ‘관리’ 차원에서 들어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외국어고 진학을 목표로 하는 상위권 중2 아들을 둔 학부모 A 씨(43·서울 양천구).

그는 요즘 자녀의 방과후학교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A 씨는 특목고 입시에 자기주도 학습전형이 도입된다는 소식을 접한 뒤 아들을 1학기부터 방과후학교 ‘영어심화반’에 등록시켰다. 각종 입시에서 사교육에 기대는 학생들을 배제하려는 최근 교육정책의 흐름을 감안할 때 방과후학교에 등록하면 공교육을 통해 자기주도적 학습을 했다는 사실을 증명할 만한 근거가 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주일에 두 번 진행되는 방과후학교 수업은 교과 진도에 맞춰 나눠준 프린트의 빈칸 채우기나 시중 문제집을 푸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결국 방과후학교 영어수업과 영어 과외를 병행하기로 했다.

“2011학년도 외고 입시부터 영어 내신만 평가한다고 발표됐지만 그걸 믿는 엄마들은 많지 않을 거예요. ‘만약 면접 때 영어로 자기소개라도 해보라고 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에 외고 대비는 학원을 다니거나 과외를 받으면서 따로 하죠. 방과후학교는 혹시 학교 내신이 같은 학생과 학교장 추천을 놓고 겨루게 될 때 유리할 수도 있고 외고 입시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지도 모르니 일종의 ‘관리’ 차원에서 수강해요.”》
○ 수업 만족스럽지 않지만 안 듣기도 불안해…

방과후학교를 둘러싼 중학생 학부모들의 고민이 늘고 있다. 방과후학교를 하자니 내신 대비 이상의 효과를 거두기 힘든 경우가 많지만 상급학교 입시에서 공교육이 강조되는 요즘 방과후학교를 무조건 외면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학부모 사이에서 “방과후학교는 하면 ‘불만’이고 안 하면 ‘불안’이다”는 말이 나도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현재 거의 모든 초중고교에서 운영 중인 방과후학교는 사교육 수요를 공교육으로 흡수하자는 취지로 2006년 본격 시작됐다. 하지만 특목고를 준비하는 상위권 학생과 학부모들은 현실적으로 방과후학교로 사교육을 대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제출한 ‘2010 상반기 방과후학교 현황조사 및 분석자료’에 따르면 중학교 방과후학교 만족도는 학생 51.8%, 학부모 57.0%에 그쳤다. 특기적성 교육 프로그램이 대다수인 초등학교 방과후학교 만족도는 학생 81.6%, 학부모 80.4%로 높은 반면, 교과 위주의 방과후학교가 주가 되는 중학교부터는 만족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과 학부모들의 가장 큰 불만은 방과후학교 수업의 질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이다. 중2 딸을 둔 김모 씨(44·서울 중랑구). 그는 한 학기동안 방과후학교 ‘논술반’에 딸을 등록시켰다. 딸은 결석을 일삼았다. “신문기사 하나 읽고 한 명씩 돌아가며 자기 생각을 발표하는 게 전부라 재미가 없다”는 이유였다. 김 씨는 2학기부터 방과후학교 논술반을 취소하고 집 근처 논술학원에 딸을 보냈다. 학원비는 5만원인 방과후학교 비용보다 세 배 높았지만 신문, 영화, 시사 이슈를 다양하게 활용하며 토론과 글쓰기를 진행하는 학원 커리큘럼이 마음에 들었다. 김 씨는 “방과후학교 커리큘럼이 정규수업 진도를 반복 복습하는 수준에 그쳐 신뢰하기 힘들다”면서 “방과후학교를 듣더라도 선행학습이나 고입 준비는 학원에서 시키는 학부모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국어교사는 “학교마다 방과후학교 운영 실태는 다르지만 대부분 정규수업을 보충하는 정도의 문제풀이 수준에서 그치는 것으로 안다”면서 “정규수업과 교내 업무에다가 방과후학교까지 소화해야 하는 교사들은 시간적, 체력적으로 많은 부담을 느껴 제대로 된 커리큘럼이나 교재를 준비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주변에 학원이 많고 교육열이 높은 지역에는 아예 방과후학교를 운영하지 않는 중학교도 있다. 또 방과후학교 수업의 품질에 따라 극과 극의 현상도 나타난다. ‘학원 유명강사 뺨치게 잘 가르친다’고 소문이 난 교사의 방과후수업은 신청을 위해 학부모들이 새벽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반면, 비인기 과목이나 학부모들 사이에 평이 좋지 않은 수업은 신청자가 적어 폐강되기 일쑤인 것.

정책적으로 방과후학교가 강조됨에 따라 일부 학교는 방과후학교를 의무로 지정하고 불참 시 사유서를 받는다. 중학생 학부모 이모 씨(41·서울 동대문구)는 “불참 사유서를 굳이 내면서까지 ‘튀는’ 모습을 보일 바에야 한두 개 강좌는 듣기 마련”이라면서 “(방과후학교를) 안 하면 혹시라도 특목고 입시에서 교사추천을 받을 때 불이익을 당할까봐 불안하다”고 했다.

○ 내신 대비 위주… 주요교과에 편중

학생들도 방과후학교를 단순히 주요 교과의 내신 대비용으로만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 강남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장모 군(15)은 “방과후학교 수업에서 찍어준 내용이 시험문제로 나오곤 한다”면서 “몇몇 친구들과 ‘나는 영어를 들을 테니 너는 수학을 듣고 너는 과학을 들어라’ 식으로 반을 나눠 듣고 각자 받은 프린트를 공유해 시험준비를 한다”고 전했다.

내신대비 위주로 방과후학교의 수요가 몰리다 보니 개설되는 수업도 주요교과에 편중되기 일쑤다. 대부분의 학교는 방과후학교 반 개설 전 수요조사를 실시해 정원이 채워지지 않을 경우 수업을 폐강한다. 방과후학교 참여율이 80% 이상인 서울 강남구의 한 중학교의 경우 방과후학교 강좌 19개 중 13개가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관련 강좌일 정도. 이 학교 이모 양(13)은 “기악반에 등록하고 싶었지만 2명밖에 신청하지 않아 폐강돼 속상하다”고 했다.

이 학교 방과후학교 부장교사는 “전인교육과 다양한 적성 계발을 위해 비교과 프로그램도 많이 마련하고 싶지만, 입시정책이 국영수를 강화하는 쪽으로 흐르는 이상 방과후학교 수요가 주요교과에 몰리는 건 당연한 일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사교육을 줄이려는 목표가 ‘학교의 학원화’로 변질되지 않도록 정부차원의 지원과 학부모의 신뢰가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재원 기자 jj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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