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도 다함께]당신의 다문화 인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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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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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족 증가 긍정적” 80%… “사회는 여전히 차별” 76%

즐겁게 배우는 한국문화 다문화가정 여성들이 출신국의 전통 의상을 입고 떡메를 치고 있다. 다문화가정이 눈에 띄게 늘어나면서 한국인 80% 이상이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즐겁게 배우는 한국문화 다문화가정 여성들이 출신국의 전통 의상을 입고 떡메를 치고 있다. 다문화가정이 눈에 띄게 늘어나면서 한국인 80% 이상이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 올 6월 기준으로 국내 결혼이민자는 18만2671명, 이들의 자녀는 12만1935명이다. 체류 외국인 역시 113만9283명으로 5년간 2배가 늘었다. 한국이 다문화사회로 진입하는 속도만큼 빠르게 국민들의 다문화에 대한 인식도 변화했다. 국민 10명 중 7명은 한국이 이제 단일민족 국가가 아니라 다문화사회라고 여기고 있다. 여성가족부 국가브랜드위원회 동아일보가 공동으로 진행한 ‘다문화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를 통해 우리 사회가 다문화를 어디까지 수용하고 있는지 현주소를 짚어봤다. 이번 조사는 따뜻한 다문화사회를 만드는 데 필요한 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
《 3년 전 한국에 온 베트남 출신 결혼이민자 짠티짱 씨(24)는 요즘 다문화가족을 바라보는 한국인의 시선이 처음 한국에 왔을 때와는 많이 달라진 것을 느낀다. 처음에는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힐끔힐끔 쳐다보며 “어디서 왔느냐, 왜 왔느냐”고 묻는 사람이 많았지만 지금은 특별하게 보는 시선이 사라졌다. 마트나 은행을 가도 은근한 차별에 시달렸다. 어눌한 한국말, 다른 외모 탓에 무조건 반말을 하는 사람이 많았다. 짠티짱 씨는 “장을 보러 가서 가격을 물으면 ‘비싸. 물어보지 마’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친절한 존댓말로 대답을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세 살배기 딸을 둔 짠티짱 씨는 아이가 자라면서 다문화가족에 대한 편견이 줄어드는 것을 다행이라고 여기고 있다. 》
○ 다문화가족 증가, 긍정적이다 79.5%

짠티짱 씨가 느낀 한국사회의 변화는 이번 조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한국인은 한국이 다문화사회라는 데 동의했을 뿐 아니라 한국사회에 다문화가족이 증가하는 것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매우 긍정적이다’(7.8%), ‘긍정적으로 본다’(71.7%)를 합하면 긍정적 평가가 79.5%로 부정적 평가(17.2%)의 4배가 넘었다.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의 다양성과 개방성이 높아진다’가 57%로 가장 높았다. 이어 ‘노동인구 유입으로 국가경쟁력이 높아짐’(16.6%), ‘관련국과의 교류가 증진돼 대외 이미지 향상’(11.7%),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를 억제하는 효과’(10.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다문화가족 증가가 사회 통합을 저해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보였다. 다문화가족 증가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는 ‘문화적 충돌과 사회적 갈등이 유발된다’(46.9%)가 절반 가까이 됐다. ‘단일민족 국가 전통이 약화되므로’(22%), ‘한국 고유의 문화가 변질되므로’(19.4%) 등 한국 고유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데 대한 거부감도 있었다.

또 노동인구 유입이라는 긍정적 평가 대신 ‘한국사람의 일자리가 줄어든다’(10.5%)는 부정적 평가도 있었다. 경제상황이 악화돼 실업·복지 부담이 늘어나면 언제든지 사회 갈등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은 갈등이 잠재된 상태”라며 “건설업 등에서 나타나는 국내 노동자와 외국 출신 노동자의 일자리 다툼이 경제위기가 온다면 민족 간 대립으로 번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다문화가족에 대한 차별

이성적으로는 다문화에 수용적인 사고를 보이는 반면 현실에서는 여전히 다문화에 대한 차별이 존재했다. 한국사회가 다문화가족에 차별적이라는 데 76.3%가 동의했다. ‘차별적이지 않다’는 응답은 21.1%뿐이었다. 이복실 여성가족부 가족청소년정책실장은 “한국인은 아직까지 다문화에 이중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 이성과 감성의 간극을 좁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문화가족을 대할 때 출신 국가나 인종에 따라 다른 태도를 보인다는 응답도 78.6%나 됐다. 우리 안에 인종적 문화적 편견이 뿌리 깊다는 것을 보여준다. 민무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국인=백인으로 영어를 쓰는 사람, 이주민=아시아인으로 한국어나 동남아어를 쓰는 사람이라는 이분법이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다문화가족에 대한 차별적인 태도가 국가 브랜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한 비율은 72.7%였다. 특히 30대(80%), 대학 졸업 이상 학력(79.4%), 상위 소득(80.2%) 등 경제활동이 활발한 계층에서 동의하는 비율이 높았다.

○ 국제결혼에 소극적 태도

국제결혼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지만 부작용이 크다는 다소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국 남성과 중국, 동남아 등 외국 여성의 국제결혼에 관해 ‘굳이 장려할 필요는 없으나 위장결혼, 인권 침해 등 부작용에 대한 대책은 마련해야 한다’는 소극적 수용 태도가 61.4%로 가장 많았고, ‘적극 장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15.7%로 뒤를 이었다. 국제결혼을 억제해야 한다는 비율은 6.9%에 불과했다.

하지만 국제결혼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많았다. ‘문화, 정서, 연령 차이 등으로 추후 가족의 갈등과 해체가 심각해진다’(28.5%), ‘결혼이민자에 대한 인권침해나 폭력사건 등으로 국가 이미지가 실추된다’(28.4%), ‘금전이 개입된 맞선과 국제결혼 자체에 인신매매적 요소가 있다’(24.1%)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고 봤다.

이는 올해 7월 베트남 신부 탁티황응옥 씨(20)와 9월 몽골 신부 강체첵 씨(25)가 한국인 남편에게 살해당하는 등 사건이 잇따르면서 국제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제결혼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배우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과 엄격한 출입국 절차를 통해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49.8%에 달했다. 다음은 ‘국제결혼 중개업체 등록요건 강화’(30%), ‘비영리 중개기관 설립’(16.2%) 순이었다.

▼ 이웃들이 보는 다문화가족의 고충 ▼
“언어장벽 가장 클것” 45%… “정부의 지원 불충분” 75%

한국인이 보는 다문화가족의 어려움은 무엇이며 적응을 돕기 위해 필요한 정책은 무엇일까.

다문화가족이 한국생활에 적응하는 데 어려운 점 가운데 ‘언어장벽’을 44.6%로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사회적 편견’(22.1%), ‘문화적 차이’(19.8%), ‘경제적 어려움’(10%) 순이었다. 학력과 소득이 낮을수록 ‘언어장벽’을, 학력과 소득이 높을수록 ‘사회적 편견’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다문화가족이 한국사회 적응을 위해 필요한 서비스도 이와 일치했다. ‘한국어와 한국문화 교육’(28%)이 가장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자녀 양육 및 교육지원’(19.1%), ‘일상생활 적응과 불편 해소를 위한 정보제공’(18.2%), ‘가족관계 증진을 위한 상담 및 교육’(17%), ‘취업 등 경제적 자립지원’(15.8%)이 비슷한 비율로 이어졌다.

하지만 정부의 다문화정책에 대해서는 체감도가 높지 않았다. 현재 다문화가족에 대한 정부의 지원 수준에 대해서는 ‘충분하지 못하다’는 부정적 견해가 75.2%로 ‘충분하다’(11.4%)보다 높았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서비스 지원 사실에 대해서도 절반 이상(55.2%)이 ‘들어보기는 했지만 구체적으로 모른다’고 답했다. ‘전혀 모른다’는 응답도 25.7%에 달했다. 지자체마다 운영하고 있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인지도는 있지만 기능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전국에 171곳이 있다.

여성가족부는 결혼이주여성에 대해 생애주기별로 지원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에 입국하기 전에는 베트남 캄보디아 몽골 등 현지에서 한국에 관한 기본적인 정보를 주는 오리엔테이션 교육을 실시한다. 한국 입국 초기에는 결혼이민자의 조기 적응을 돕기 위해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한국어교육, 문화이해교육, 가족상담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방문하기 힘든 결혼이주여성을 위해서는 한글교육지도사가 집으로 방문하거나 온라인교육을 한다. 한국어가 유창한 통·번역지원사 210명이 13개 언어로 공공기관, 병원을 방문할 때 의사소통을 돕는다. 자녀가 태어난 뒤에는 가정방문지도사가 아동양육 방법을 교육하고 언어발달지도사가 다문화가족 자녀에게 언어교육을 한다. 한국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하고 경제적 사회적 자립을 원하면 직업교육과 훈련도 받을 수 있다.

다문화정책은 이처럼 다문화가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앞으로 다문화정책이 국민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문화가족의 적응을 돕는 것과 함께 한국인이 다문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도록 해야 한다는 것.

우리 사회가 다문화를 잘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정부정책으로는 ‘다문화가족과 함께하는 다양한 시민사회단체의 활동 육성’(36.7%), ‘방송과 언론 등을 통한 홍보 및 캠페인 전개’(30.9%), ‘학교에서의 다문화이해교육 실시’(24.1%), ‘공무원과 교원에 대한 다문화이해교육 실시’(4.9%) 등으로 나타났다.

한경구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문화인류학)는 “현재 다문화교육은 사실상 동화교육”이라며 “한국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다문화교육도 중요하지만 한국인이 국제화 다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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