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제교사에게 아이디어-원고 등 조언-첨삭 받을 기회
인터넷 베끼고 과외선생이 써주고 NO!… 내 생각 내 고민 담아야
도움말 ①서울 계상초 조성주 교사 ②서울 불암초 이수암 교사 ③서울 상천초 이영완 교사
《초등학교 교내대회의 중요성이 부각됨에 따라 학부모의 관심도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교내대회를 대비하는 자세는 교외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사교육의 도움을 받던 모습과 달라진 것이 없다. 교내대회도 학원에 맡겨 대비하면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학부모가 많다. 하지만 최근 이런 예상을 벗어나는 사례가 종종 눈에 띈다.
교내대회 수상실적만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변화의 취지를 이해한 교사들은 사교육으로 빚어진 아이들이 교내대회의 상마저 휩쓸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기도 한다. 교육과정 수준에서 자기주도적으로 준비해도 상을 받도록 대회수준을 조율하거나 평가기준을 ‘탁월성’보다는 ‘자기주도성’에 두려는 움직임도 있다.
달라지는 교내대회 분위기 속에서 학부모는 어떻게 자녀를 지도해야 할까? 각종 교내대회를 기획·평가하는 현직 초등학교 교사들의 조언을 들어보자.》 “선생님이 봐주실까?”… 도움 네트워크를 만들어라!
교내대회 평가자는 교사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평가자인 교사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구하라는 말이다. 교사들은 “열심히 해보겠다고 물어오는 학생을 마다할리 없다”고 입을 모은다. 대회와 관련된 분야를 가르치고 평가하는 만큼 학생들에게 궁금한 것이 있으면 찾아오라고 하는데도 다들 학원으로 달려가는 현실이 외려 섭섭하다는 반응이다.
학교, 학년마다 교내대회를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평가하는 교사가 있다. 이런 교사를 만날 기회로 ‘방과 후 수업’이 있다. ‘영어연극’ ‘스토리텔링’ ‘리딩’ 등 영어 관련 방과 후 수업을 맡는 교사라면 영어 교내대회를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 ‘과학탐구반’ ‘영재반’ ‘독서기록장 쓰기반’ ‘논술반’ 등도 마찬가지. 방과 후 수업은 짧으면 한 달, 길게는 한 학기 단위로 진행된다. 10명 이내의 소수정예로 수업이 진행되는 만큼 학생이 교사와 가까워질 가능성이 높다. 이를 통해 대회 준비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다.
방과 후 수업 전후 시간은 질문할 수 있는 절호의 타이밍! 교사에게 다가가 자신이 결정한 과학탐구주제에 대해 토의하거나 색다른 독서기록장 쓰기 방법을 물어보자.
서울 불암초등학교 이수암 과학정보부장은 “방과 후 수업에서 지도했던 어떤 학생은 학년이 바뀌어서도 찾아와서 대회에 출품할 탐구주제와 실험과정에 대해 묻는다”면서 “교사의 도움을 받는 과정에서 나은 방향으로 다듬어지기 때문에 이런 학생은 좋은 결과를 얻게 된다”고 말했다. 단, 아무 고민 없이 찾아와서 “선생님 저 어떻게 써요?”하는 학생은 교사도 도움을 줄 수 없다. 서울 계상초등학교 조성주 교사는 “영어말하기대회를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아무리 많이 틀려도 기본적으로 원고는 작성해야 첨삭을 해줄 수 있다”면서 “스스로 해보려고 하다가 잘 안되는 학생이어야 적극적으로 돕고 싶은 것이 교사의 마음”이라고 전했다.
인터넷 베끼고 학원 강사가 써주고… 다 잡아낸다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둔 주부 박모 씨(40·서울 송파구). 학급회장이자 학교 시험에서 늘 평균 97점 이상을 받는 아들은 특히 영어와 관련된 교외대회 수상실적을 자랑한다. 지난 학기말 열린 교내 영어말하기대회. 주제는 ‘나의 꿈’으로 원고지 6, 7장 원고를 준비해 연설했다. 박 씨는 아들의 꿈인 ‘법조인’을 주제로 과외 선생에게 부탁해 발표 원고 초안을 작성했다. 작성한 원고를 들고 아들이 다니는 어학원 회화 강사를 찾았다. 문법적 오류와 연설할 때 어색한 발음과 억양을 수정했다. 내심 아들이 학교 대표까지 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박 씨의 아들은 학급 대표조차 되지 못했다. 박 씨는 “주위 엄마들은 운이 따르지 않았다고 위로하는데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며 허탈해했다.
‘자기주도성’은 교내대회의 핵심평가요소다. 천편일률적인 주제, 작품, 내용은 대부분의 교사가 한눈에 딱 알아본다. 이 과학정보부장은 “과학탐구발표대회를 하면 가장 먼저 보는 것이 ‘새로운 주제인가’다. 제목만 보고도 학원에서 도는 주제인지, 과학잡지에서 본 것인지, 인터넷에서 퍼온 것인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검증을 거치면 학생들이 제출한 것의 대부분이 탈락한다. 수상 후보에 올릴 만한 참신한 주제는 10개 중 한 개 정도.
독서 관련 대회는 ‘창의성’이 핵심이다. 많은 학생을 지도한 교사는 도입부분 세 줄만 읽어도 학생의 고민인지, 엄마의 고민인지, 학원에서 가르쳐준 것을 그대로 쓴 것인지, 인터넷의 내용을 베낀 것인지 알 수 있다고 했다.
서울 상천초등학교 이영완 교육과정부장은 “독서기록장 쓰기 대회라면 하나라도 학생의 생각을 담아 이해한 것을 써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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