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박기준-황희철 기소 못한채…스폰서 특검, 55일 수사 마무리

동아일보 입력 2010-09-29 03:00수정 2010-09-29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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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등의 불법자금 및 향응수수 사건 진상규명 특별검사팀이 28일 한승철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 등 전현직 검사 4명을 포함해 총 9명을 기소하는 것으로 55일간의 수사를 마쳤다.

한 전 부장은 사건의 제보자인 부산 경남지역 건설업자 정모 씨(51)에게서 지난해 3월 식사와 술 140만 원어치를 접대받고 현금 100만 원을 건네받는 등 총 240만 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기소됐다. 자신이 거론된 고소장과 진정서를 접수하고도 소속 기관장인 검찰총장에게 보고하지 않은 혐의(직무유기)도 인정됐다. 또 특검은 지난해 정 씨에게서 향응 접대를 받은 정모 고검 검사와 김모 부장검사 등 2명을 뇌물수수 혐의로, 이모 검사는 정 씨의 진정을 아무 조사 없이 종결 처리한 혐의(직무유기)로 각각 기소했다.

○ 의혹 대부분 ‘면죄부’


땀 닦는 특검 민경식 특별검사가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특검 사무실에서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다가 흐르는 땀을 닦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그동안 관련자 198명을 소환 또는 서면조사한 특검팀은 출범 당시 철저한 수사를 공언했지만 이에 앞서 진행된 검찰 진상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뒤집을 만한 새로운 내용을 내놓지 못해 결국 상당수의 연루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꼴이 됐다.

무엇보다 ‘스폰서 검사’ 의혹의 핵심인물인 박기준 전 부산지검장이 기소대상에서 제외됐다. 특검은 수사결과 발표에서 박 전 지검장을 ‘이 사건의 핵심인물이자 진원지’라고 표현했다. 23년 전 진주지청 근무 때 알게 된 뒤 오랫동안 친분을 맺어온 건설업자 정 씨의 폭로로 이 사건이 불거졌기 때문. 그러나 특검은 박 전 지검장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 모두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향응을 접대받은 부분은 이미 공소시효가 지났고 정 씨가 제기한 진정 역시 차장검사를 통해 정식으로 접수해 처리하도록 해 직무를 유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 전 지검장이 정 씨 사건의 수사 속도를 늦춰 달라고 차장검사에게 부탁한 것에 대해 검찰 진상조사단은 검사윤리 강령을 위반했다고 봤으나 특검은 결과적으로 정 씨가 구속되는 등 수사에 방해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소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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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정 씨의 진정을 받고도 묵살했다는 의혹을 샀던 황희철 법무부 차관 역시 무혐의 처분됐다. 특검은 “정 씨가 팩스로 보낸 문서가 정식 진정서인지, 단순히 선처를 바라는 사신(私信)인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검은 향응을 제공한 정 씨도 기소하지 않았다. 기소된 전현직 검사 4명이 받은 것으로 인정된 향응과 금품을 다 합쳐도 500여만 원에 불과해 뇌물공여자까지 기소하기 어렵다는 것. 그러나 실제로는 이후 재판 과정에서 정 씨의 진술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면책조치’로 보인다.

검찰의 도덕성에 가장 큰 흠집을 낸 성접대 의혹 역시 증거 부족을 이유로 기소되지 않았다. 지난해 3월 성접대를 받았다는 김모 부장검사의 경우 성매매 상대방으로 지목된 룸살롱 여종업원이 누구와 성매매를 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해 뇌물수수 혐의로만 기소됐다. 또 지난해 4월 성접대를 받았다는 이모 검사는 상대방 여종업원을 찾아내지 못해 직무유기 혐의만 적용됐다.

이에 앞서 특검은 15일 서울고검 전직 수사관 2명 등 5명을 이미 기소했다. 수사를 마무리 짓지 못한 강릉지청 김모 계장의 향응접대 의혹 사건은 춘천지검으로, 정 씨와 정 씨 동생에게서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있는 전현직 판사 2명과 전현직 경찰관 4명은 부산지검에 이첩했다.

○ 선거용 특검의 태생적 한계?


이번 특검이 큰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출범 전부터 예상됐던 일이다. 제기된 의혹의 상당 부분이 공소시효가 이미 지난 상태였고 그나마 지난해에 이뤄진 향응 접대도 대가성이 뚜렷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야는 6·2지방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해 특검법에 합의해놓고도 차일피일 미루다 선거 이후에야 법안을 통과시켰다. 또 전 서울고검 직원 2명과 강릉지청 김 계장의 향응접대 의혹 등 검찰 직원들이 연루된 것까지 특검 수사대상에 포함시켜 구조적으로 전현직 검사들에게 수사가 집중되지 못하도록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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