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를 클릭하면…” 무차별 신상털기 공포

동아일보 입력 2010-09-25 03:00수정 2010-09-25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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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글 통하면 주소-전화번호 등 줄줄… 신원공개-막기 사이버戰
누리꾼들이 직접 제작한 신상털기 전용 검색엔진 ‘코글’의 캡처 화면. 신상털기에 용이한 18가지 검색 항목이 있다.
“얼마 전 게임 ‘스타크래프트’를 하는데 초등학생 한 명이 들어오더라고요. 하도 까불기에 게임 ID로 ‘코글링’ 좀 했죠. 네이버 지식인에 문의했던 방학숙제부터 중고판매 사이트에 올린 휴대전화 번호까지 나오던데요. ‘더 까불면 집 주소 알아낸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내자 그제야 로그아웃 하더라고요.”(취업 준비생 A 씨)

“최근 한 뉴스 기사 아래에 반대 의견을 담은 댓글을 남겼다가 어머니의 이름까지 모조리 털렸어요. 한 누리꾼이 내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며 나의 ID를 바탕으로 어머니 신상을 찾아낸 거예요.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나와 어머니 정보를 알아냈다는 게 소름이 끼쳐 문제의 댓글을 지웠어요.”(직장인 박모 씨·33)

○ 창…뚫어라

최근 온라인상에 ‘코글’(http://podpod.wo.to/cogle.php)이라는 새로운 검색엔진이 등장했다. 일부 누리꾼들이 직접 제작한 것으로 알려진 이 사이트는 메인 화면만 보면 얼핏 구글을 연상시키는 평범한 모습이다. 하지만 이 사이트에서는 단순 검색뿐 아니라 네이버지식인 ID별 검색, 싸이월드 뒷주소와 이름별 검색, 네이버 뉴스댓글 검색, 다음블로그 ID 검색, IP 정보검색 등 18가지 항목에 따라 검색이 가능하다. 이른바 개인 신상 파악을 위한 ‘신상털기’ 전용 검색엔진이다.

종전에는 일부 극성 누리꾼이 특정 연예인이나 물의를 일으켜 입방아에 오른 일반인들을 상대로 신상을 파악해 공개했다면, 최근에는 이런 신상 공개가 상대를 가리지 않고 일상화되고 있다. 누구든지 개인정보 유출의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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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온라인 클릭 몇 번만 하면 어렵지 않게 제3자의 신상을 속속들이 알 수 있었다. ‘코글링의 첫 단계는 네이버 ID 확보’, ‘나이 든 사람들은 자기 한글 이름을 영타로 친 것을 ID로 쓰는 경우가 많으니 참고하기’, ‘온라인 쇼핑몰을 주목하라. 운 좋으면 휴대전화 번호는 물론이고 집 주소까지 한 번에 알아낼 수 있다’ 등 각종 ‘팁’이 인터넷상에서 공유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 최모 씨(22·여)는 최근 소개팅에 나가기 전 상대방 남성의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몰래 엿본 사실이 들통 나 곤욕을 당했다. 대화 도중 자신도 모르게 상대방의 과거 신상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하자 상대 남성이 “그걸 어떻게 알았느냐”며 기분 나빠 하는 바람에 다시 만날 수 없었다.

○ 방패…막아라

개인 신상정보 유출이 성행하면서 자신의 신상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온라인 잠수’를 타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 자신도 누군가로부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싸이월드 개인 미니홈피 등을 아예 폐쇄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 실제로 온라인상에서는 ‘신상털기 예방법’도 공유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학교 및 직장용 ID 구분해서 사용하기, 흔한 알파벳과 숫자 조합으로 ID 만들기, 예전에 썼던 글 삭제해 달라고 요청하기, 인터넷 쇼핑몰 등에 휴대전화 번호와 집 주소를 남기게 될 경우 ‘비밀글’로 설정해 놓기 등이 있다.

한 여고생은 “지난해 개인 트위터에 친구에 대한 욕설을 써놨는데 친구가 내 ID를 알고 있어 검색만 하면 금방 찾아낼 수 있다. 트위터 글을 모두 삭제했는데도 구글 검색 결과상에는 그대로 남아 있어 고민”이라며 한 온라인 게시판에 도움을 요청했다.

네이버 측은 “심각한 명예훼손이 우려되는 글은 검색 결과상에서 일시적으로 블라인드 처리를 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삭제는 콘텐츠가 등록된 웹사이트에 권한이 있어 우리도 곤란하다”고 밝혔다. 구글은 ‘콘텐츠가 포함된 페이지의 웹마스터 또는 콘텐츠를 호스팅하는 인터넷 호스팅 업체에 연락해 콘텐츠 삭제를 요청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누리꾼들이 자신도 모르게 사생활 정보를 인터넷상에 공개할 수도 있는데, 이럴 때는 포털이 경고창을 띄워 정보노출에 대한 위험성을 고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인터넷에 내 정보 떠도는데 불법 아니라고?
▲2009년 11월5일 동아뉴스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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