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상륙작전 60년만에 재연 “팔미도 등대에 불 켜졌다, 돌격!”

동아일보 입력 2010-09-16 03:00수정 2011-04-18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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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포 불 뿜자 장갑차 24대 질주 15일 오전 9시 인천 중구 월미도 앞바다. 대공 미사일이 탑재된 해군의 1만4000t급 대형 수송함인 독도함에 백발이 성성한 한국과 미국의 노신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대부분 고령으로 몸이 불편한 이들은 하얀 제복을 차려입은 한국 해군의 부축을 받으며 나타났지만 행사장인 함수(艦首)에 도착하자 절도 있는 동작으로 도열해 섰다.

노신사들은 1950년 9월 15일 6·25전쟁이 발발한 지 80일 만에 전세를 일거에 역전시킨 인천상륙작전에 목숨을 걸고 뛰어들었던 한미 양국의 참전용사들이었다. 인천상륙작전 60주년 기념일을 맞아 월미도 앞바다에서 산화한 전우들의 숭고한 넋을 기리기 위해 이날 독도함을 찾았다.

“한국의 자유를 위해 상륙작전을 수행하다 장렬하게 전사한 용사들을 위한 해상헌화를 시작하겠습니다.” 미리 기다리고 있던 해군 장병들이 다가와 꽃다발을 건네자 이들은 함수 난간으로 다가가 바다에 꽃다발을 던졌다. 당시 한국 해병대 5대대 소속으로 참전한 이성지 씨(80)는 “60년 전 오늘 오로지 풍전등화의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작전을 수행했다”며 “나라가 있어야 국민도 존재한다는 평범한 사실을 요즘 세대들이 깊이 인식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시간 뒤 월미도 친수공간에서 열린 기념식에 이어 상륙작전이 60년 만에 재연됐다. 미국과 영국 호주 네덜란드 캐나다 뉴질랜드 등 상륙작전을 수행한 9개국 참전용사와 시민 등 200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최규봉 전 켈로부대장(87)이 버튼을 누르자 월미도 앞 팔미도 등대가 켜지고 폭죽이 터지면서 작전이 시작됐다. 켈로부대는 상륙작전에 앞서 북한군에 점령됐던 팔미도를 탈환한 뒤 작전 당일 점등 신호를 보내 연합군 함대의 진격을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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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인천 월미도 앞 해상에서 인천상륙작전 60주년을 기념하는 상륙작전 재연 행사가 열린 가운데 김태영 국방부 장관과 참전용사들이 독도함에서 순국 장병들을 위해 바다에 헌화하고 있다. 인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팔미도 등대의 불이 켜졌다. 모든 장병은 월미도 상륙을 위해 돌격하라.” 독도함 지휘소에서 작전 개시명령이 떨어지자 월미도 앞바다에 있던 한국과 미국, 호주의 해군 함정 12척이 동시에 기적을 울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독도함을 중심으로 오른쪽에는 호위·수송함인 전남함과 광양함, 미 해군 덴버함이 배치됐다. 왼쪽에는 최신 구축함인 충무공이순신함과 미 가디언함, 호주 와라문가함 등이 상륙을 서둘렀다.

상륙에 앞서 월미도 해안가를 정찰하고, 수중 장애물 등을 제거하기 위한 선견(先遣)부대가 투입됐다. 부대원들이 탄 고속단정은 거센 물보라를 일으키며 빠른 속도로 월미도 해안으로 접근했다. 상공에 나타난 헬기 2대에서도 부대원들이 낙하산을 펴고 뛰어내렸다. 선견부대가 작전을 마치자 함포가 일제히 불을 뿜었다. 연합군의 상륙을 막기 위해 저항하는 북한군을 제압하기 위한 것. 바다에서는 굉음과 함께 수중 폭발물이 터지면서 높이 10여 m의 물기둥이 치솟았다.

미 해병 제31기동부대 장병들이 15일 월미도 해안에 상륙한 뒤 돌격하고 있다. 6·25전쟁에 극적인 반전의 계기가 됐던 1950년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 60주년 기념행사에서 미 해병 장병들은 당시 상륙작전과 똑같은 상황을 재연했다. 인천=양회성기자 yohan@donga.com
이번에는 상륙군의 돌격이 시작됐다. 독도함과 덴버함에 실려 있던 한미 해병대 소속 상륙장갑차 24대가 월미도를 향해 돌진했다. 일렬로 나란히 서있던 수륙양용 공기부양정과 상륙주정 8척도 전속력으로 내달렸다. 한미 양국의 해병대원 200명이 나눠 탄 상륙주정은 연막탄을 쏘아 올리며 월미도로 진격했고, 하늘에서는 전투기 6대와 헬기 10대가 이들을 엄호했다. 드디어 월미도에 도착한 공기부양정과 상륙주정에서 내린 해병대원들이 암벽에 설치된 사다리를 타고 육지에 올라 상륙작전 성공을 신고하자 참전용사와 시민들은 탄성을 지르며 박수로 환영했다. 이날 상륙작전을 지켜본 미군 참전용사 윌리엄 치크 씨(81)는 “당시 전투에 참가했던 한국군과 유엔군은 모두 용맹스럽고 헌신적이었다”며 “북한군을 물리치고 경제 발전을 이룬 한국에 작은 도움을 줬다는 것이 너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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