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복지시설 어디가 좋을까]건보혜택 원하면 요양병원…

동아일보 입력 2010-09-02 03:00수정 2010-09-02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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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심사 통과땐 요양시설… 연금소득 있으면 실버타운 《 병을 앓고 있거나 가족과 함께 생활할 수 없는 노인들이 이용하는 사회복지시설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당뇨병 치매 등 만성 질환을 앓는 노인 인구가 급증한 탓이다. 2000년 19곳에 불과했던 요양병원은 올해 6월 825곳으로 10년 전보다 42배 증가했다. 노인요양시설도 지난해 1642곳으로 2005년부터 해마다 평균 40%씩 증가하고 있다. ‘잠자고 일어나면 노인요양시설 한 곳이 새로 문을 연다’는 말이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요양병원 요양시설 양로원 실버타운 등 노인시설이 다양해지면서 어디에 어르신을 모셔야 할지, 어떤 자격을 갖춰야 입소할 수 있는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또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조사 결과 믿고 맡길 만한 요양병원은 24%에 불과했다. 갈 만한 시설과 입소 전 점검해야 할 것, 서비스 수준 등을 짚어본다. 》

○ 다양해진 노인 시설

서울 송파구 오금동에 사는 주부 김모 씨(42)는 요즘 고향인 경남 김해시에서 혼자 살며 당뇨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73)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누군가가 돌봐줘야 하지만 그럴 만한 친척도 없고 유료 시설에 맡기자니 비용도 만만치 않다.

김 씨가 처음으로 찾은 ‘요양병원’. 그러나 병원에선 “아버지가 입원할 만큼 병세가 심하지 않다”며 김 씨를 ‘요양시설’로 안내했다. 하지만 요양시설에서도 “시설에 입소하려면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 건강등급 판정을 받아야 하는데 아버지가 받지 않았다”며 되돌려 보냈다.

노인복지시설이 늘면서 노인 건강과 소득에 따른 서비스가 다양해지고 이용 대상자 자격도 세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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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치매 중풍 등 노인성 장기질환을 앓는 노인이 갈 수 있는 시설은 노인요양병원과 노인요양시설이다. 노인요양병원은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는다. 만성 질환자를 돌보는 노인요양시설은 2008년 7월 시행한 노인장기요양보험의 혜택을 받는다. 65세 이상 노인이나 노인성 질환을 앓는 65세 미만자가 노인요양시설에 갈 수 있다. 요양시설에 가거나 집에서 방문 서비스를 받으려면 시군구에 설치된 장기요양등급판정위원회에서 심사를 받아야 한다. 올해 5월까지 65세 이상 노인 536만8875명 가운데 5.7%(30만8126명)가 심사 뒤 보험 혜택을 받았다. 노인요양시설에서 병세가 악화되면 노인전문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요양병원 입원비는 월 70만∼100만 원, 요양시설 이용료는 월 50만∼60만 원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실제는 이것보다 훨씬 더 드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가족과 살지 않고 질병이 없는 노인들은 양로시설, 노인복지주택 등 노인주거복지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주거복지시설도 기초수급생활대상자가 무료로 입소하는 시설부터 고소득자가 이용하는 고급 노인복지주택(실버타운)까지 다양하다.

실버타운에는 주로 건강한 노인들로 60세 이상의 일상생활이 가능한 사람들이 입주한다. 입주자 대부분은 많은 연금을 받는 교직원이나 공무원 출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이다. 이들은 이곳에서 운영하는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노년을 보낸다. 실버타운에는 임차료 또는 분양금을 내고 들어간다. 실버타운에서 매월 내야 하는 돈은 시설마다 천차만별이지만 관리비와 식비를 포함해 150만∼200만 원인 경우가 일반적이다.

○ 규제 완화로 노인 시설 급증

지난해 낙상 사고로 거동이 불편한 서모 씨(77)는 현재 경기 고양시의 한 요양시설에서 지낸다. 서 씨는 현재 장기요양등급 3등급 판정을 받아 한 달에 45만 원을 내고 있다. 서 씨는 “3년 전만 해도 주변에 시설을 찾을 수 없었지만 요즘은 새로 들어선 시설에서 ‘더 싸게 해줄 테니 우리 시설을 이용하라’는 제의를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노인 입소시설은 2008년 6월 1244곳에서 올해 6월 3312곳으로 2.7배가 됐고 노인 재가시설은 3401곳에서 1만1459곳으로 3.4배가 됐다.

요양병원 환자 수도 2004년 3만2634명에서 지난해 20만5658명으로 급증했다. 이들의 연간 입원진료비는 1조7650억 원이었다.

요양시설 급증의 원인은 노인성 치매 중풍 등 만성질환자의 수요가 폭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노인시설 사업에서 규제를 대폭 풀어 민간 주도로 인프라를 확충한 것도 시설 증가의 또 다른 요인이다. 의료법상 요양병원은 의사 또는 한의사가 환자 30인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으면 시군구 보건소에 신고한 뒤 곧바로 문을 열 수 있다. 요양시설은 면적 23.6m² 등 노인복지법상 일정 기준을 넘으면 개인과 법인 누구든지 설치할 수 있다. 요양병원에 근무하는 한 노인 전문의는 “요양병원은 시설 허가가 쉽고 투자비가 일반 병원보다 훨씬 적게 들어 일반 상가 2, 3층을 빌려 운영하는 사례도 많다”고 전했다.

○ 서비스는 게걸음

경기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한 김모 씨(70·여)는 중풍 뒤 반신불수인 상태에서 재활치료를 받다가 화장실 문턱에 걸려 엉덩이뼈가 부러졌다.

김 씨의 보호자인 아들 최모 씨(40)는 “어머니가 동네 정형외과에 다시 입원해 한 달 이상 치료를 받았다”고 말했다.

요양시설과 환자는 급증했지만 환자 불편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718개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진료환경과 진료내용을 평가한 결과 4등급이 29.5%, 5등급이 6.8%였다. 요양병원의 3분의 1이 수준 미달인 셈이다. 심평원 측은 “1, 2등급이 환자가 믿고 찾아갈 만한 곳이고 5등급은 진료 수준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전체 718개 요양병원 중 중환자실을 갖춘 곳은 2곳에 불과했다. 환자 병상당 병실면적을 보면 5.0m²(약 1.5평)에도 못 미치는 요양병원도 13.6%에 달했다.

노인병원의 필수 장비인 혈중산소포화도 감시 장비와 심전도 모니터가 없는 곳도 각각 68곳, 122곳이었다.

욕실과 화장실 복도에 안전 손잡이를 모두 설치한 병원은 평가 대상 기관 중 절반에도 못 미치는 35.1%에 그쳤다. 50% 정도의 병원은 환자가 이용하는 바닥에 턱이 있어 이동 시 낙상의 위험이 컸다. 화장실에 응급벨을 설치한 곳도 41%에 불과했다.

요양시설의 서비스 품질 차이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전국 장기요양기관(입소시설) 1194곳을 평가한 결과 상위 10%인 119곳만이 우수기관이었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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