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성범죄 지도’에 그의 얼굴이 있었다

  • 동아일보

부산 경찰청 ‘김길태 사건’ 이후 성범죄 전과자 동태 파악
어제 성폭행 미수 30대, 도주 2시간만에 ‘콕 찍어’ 검거

혼자 사는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달아났던 30대가 ‘성범죄 지도’를 바탕으로 수색에 나선 경찰에 2시간여 만에 붙잡혔다. 부산 연제경찰서는 24일 이모 씨(38)를 강간 미수 및 상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이날 오전 3시 55분경 혼자 사는 A 씨(32·여)의 아파트에 들어가 흉기로 위협한 뒤 성폭행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씨는 “가만히 있지 않으면 죽이겠다”며 주먹으로 A 씨 얼굴을 때리고 이를 부러뜨리는 등 폭행을 했다. A 씨는 흉기를 뺏으려고 격렬하게 저항했고, 이 과정에서 이 씨는 오른손 엄지와 약지에 상처를 입었다. 이 틈을 타 A 씨는 달아났다.

A 씨의 신고를 받은 연제경찰서 거제지구대는 “갸름한 얼굴에 스포츠형 머리, 소매 없는 셔츠에 흰색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피해자 집 주변에 있던 용의자의 핏자국을 따라 수색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최근 부산지방경찰청이 제작한 성범죄 지도가 떠올랐다. 이 지도는 올 2월 여중생 납치 성폭행 살인범 ‘김길태 사건’ 이후 성범죄 우범자 관리를 위해 부산경찰청이 일선 지구대와 파출소에 배포한 것. 지도에는 성범죄 전과자 1597명의 거주지와 최근 3년간 성폭력 발생 지역이 자세히 표시돼 있다.

거제지구대 강창희 경위(50)는 관내 성폭행 A급 우범자와 신고자가 밝힌 인상착의를 확인하는 순간 이 씨가 용의자임을 직감했다. 그는 동료 경찰 4명과 함께 사건 발생 2시간 20분 만인 이날 오전 6시 15분경 자신의 방에서 다친 손을 수건으로 감싼 채 자고 있던 이 씨를 붙잡았다. 이 씨는 A 씨 집에서 불과 50m 떨어진 곳에 살고 있었다. 성범죄는 재개발, 재건축 등 주거환경이 열악한 곳에서 많이 생긴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셈이다. 경찰은 “시간이 지체됐더라면 범인을 놓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성범죄 지도 덕택에 쉽게 검거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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