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한 초등학교 4학년 A반 여학생 13명은 모두 일명 ‘얼짱팔찌’(사진)를 차고 다닌다. 두 개의 가느다란 고무링을 ×자 모양으로 꼬아서 끼는 팔찌로 지난해 영국과 미국, 브라질 등에서 인기를 끌었다. 올 초부터 국내에서도 일부 연예인이 차고 다니면서 ‘얼짱팔찌’라는 별칭이 붙었다. 개당 200∼1000원의 저렴한 가격으로 온라인 쇼핑몰이나 학교 앞 문구점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 특히 초등학생과 중학생 사이에 인기가 높다.
문제는 이 팔찌가 성(性)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어 영국과 브라질 등에서 ‘섹스팔찌(shag bands)’로 불리며 사회적 논란을 초래했다는 점이다. 검은색 팔찌는 성관계, 노란색은 포옹, 주황색은 키스, 빨간색은 스트립댄스를 뜻하는 등 이성과의 스킨십을 허용할 수 있는 수위를 색깔로 표시하고 있다. 팔찌를 끊어버리는 이성과 그 색에 해당하는 스킨십을 해야 하다는 것.
‘괴담’ 같은 이야기는 실제 성폭력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9월 영국에서 팔찌를 찬 학생을 상대로 성추행 사건이 발생하면서 영국 일부 초등학교는 학생들의 팔찌 착용을 전면 금지했다. 같은 시기 미국 콜로라도의 한 중학교는 학부모들에게 아이들의 팔찌 착용을 막아 달라는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올해 3월 브라질에서는 검은색 팔찌를 차고 있던 소녀가 팔찌를 뜯긴 후 집단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해 현지 법원이 팔찌를 청소년들에게 팔지 못하도록 조치를 내렸다.
국내에도 팔찌의 색상별 의미는 인터넷에 퍼져 있는 상태다. 포털사이트에 ‘얼짱팔찌’를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성관계팔찌’, ‘얼짱팔찌 뜻’, ‘데이트팔찌’ 등이 뜬다. ‘얼짱팔찌 끼고 있다가 성폭행당해도 할 말 없다’, ‘외국인이 많은 장소에선 특히 얼짱팔찌를 끼지 말자’라는 내용의 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유모 양(10·4학년)은 “얼짱팔찌 때문에 성폭행이 더 늘어날까봐 겁난다”고 말했다. 한 일선 초등학교 교사는 “아이들에게서 뒤늦게 팔찌 얘기를 전해 듣고 놀랐다”며 “학부모와 교사가 모르는 사이 팔찌로 인한 사고가 생길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아이들에게 잘못된 성 인식뿐 아니라 색상에 대한 잘못된 관념까지 심어줄 수 있다”며 “팔찌로 문제가 우려되는 학교가 있다면 관련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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