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복지단체-기업 ‘방학 돌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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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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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자녀 구김살 없는 방학 책임진다”
아동보호기관이 계획 세우고 민간기업은 경비-인력 지원

즐거운 케이크 만들기 후원기업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12일 오전 서울 은평구 A초등학교에서 방학 중 돌봄의 손길이 필요한 어린이들과 함께 빵 위에 크림을 바르며 멋진 케이크를 만들고 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즐거운 케이크 만들기 후원기업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12일 오전 서울 은평구 A초등학교에서 방학 중 돌봄의 손길이 필요한 어린이들과 함께 빵 위에 크림을 바르며 멋진 케이크를 만들고 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서울 은평구 A초등학교 3학년 지현(가명) 양은 방학인데도 매일 학교에 나오고 있다. 엄마가 직장에 가고 나면 온종일 돌봐줄 사람 없이 지내야 하지만 학교에 나오면 서울은평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급식은 물론 문화체험, 놀이, 견학 등의 프로그램을 무료로 해주기 때문. 특히 지현이는 12일을 손꼽아 기다렸다. 꿈속에서 셰프가 돼 완성했던 케이크를 진짜 만들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 기업과 손잡고 어린이를 돌보다

지현이가 다니는 학교에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방학 중 부모의 보살핌을 받기 어려운 처지의 어린이 14명이 모였다. 어린이들뿐 아니라 ‘LS-Nikko동제련’ 직원 6명, 자원봉사자 5명도 참여했다. 직원들과 봉사자들은 어린이들과 셋으로 나뉘어 조를 편성하고 좁은 종이 위에 조 구성원 모두 올라서기, 손 안 대고 풍선 돌리기 등의 게임을 하며 몸을 부대꼈다.

처음 서먹했던 관계는 목말을 태워달라고 조르거나 “아저씨는 저팔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금세 변했다. 게임이 끝날 때마다 이긴 팀이 과일과 초콜릿, 과자, 시럽 등 다양한 케이크 재료를 먼저 고를 수 있었다. 어린이와 참가한 어른들은 빵 위에 생크림을 바르고 과일을 얹어 저마다 특색 있는 모습을 연출해냈다. 완성한 뒤에는 케이크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으며 마냥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LS-Nikko동제련 홍보팀 신동광 과장은 “처음으로 케이크를 만드는 데 성공했으니 집에 돌아가서도 한번 해볼 생각”이라며 “아이들도 좋아했지만 사실 내가 더 재미를 느낀 듯하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전문기관에서 방학 중 급식과 교육 사각지대에 놓이는 어린이들을 위해 만든 것으로 ‘희망을 나누는 여름학교’로 이름이 붙여졌다. 급식비용 일부와 외부 체험행사 경비는 모두 LS-Nikko동제련 측이 지원했다. 공공기관이 프로그램을 만들고 민간기업이 필요 경비와 인력을 지원하는 ‘합동작전’을 편 것. 박동일 은평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은 “공공기관과 민간이 어려운 처지의 어린이들을 함께 도우니 효과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또 “직원들이 함께 어린이들을 돌보기 때문에 정서적 안정과 사회성을 기르는 데도 좋다”고 덧붙였다. 게임과 케이크 만들기가 끝나고 도시락을 함께 먹은 참가자들은 오후에는 목동 아이스링크를 찾아가 스케이트를 타며 더위를 식혔다.

○ 전문 인력과 기업 관심이 필요

9년째 방학 중 어린이 보살피기를 진행하고 있는 은평아동보호전문기관은 올해 7개 학교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더 많은 학교에서 돌봄의 손길이 필요한 어린이들을 보살피고 싶었지만 인력이 부족해 확대하기가 불가능했다. 이날 프로그램이 진행된 학교에는 참가 어린이보다 훨씬 많은 저소득층 어린이들이 다니고 있지만 인력이 부족해 14명만 혜택을 보게 됐다.

은평아동보호전문기관 조은애 간사는 “예전보다 많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경제 성장에 걸맞은 기업 후원이 이어지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어린이가 구김살 없이 방학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원봉사 및 후원 문의 02-3157-1391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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