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이권효]뒷맛 씁쓸한 대구교육감의 돈봉투 폭로

  • 동아일보

“이래저래 고개를 들기 어렵습니다.”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이 “당선 후 최근까지 교장들에게서 ‘돈 봉투 청탁’을 받았다”고 3일 공개한 데 대해 한 교장은 “아직 그런 관행이 있다는 게 부끄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씁쓸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우 교육감은 “2개월 동안 교장급 5명이 찾아와 축하와 함께 돈이 든 것으로 보이는 봉투를 건네기에 바로 돌려줬다”고 밝혔다. 또 학교 관련 업체 관계자 1명은 명품 볼펜을 선물해 역시 돌려줬다고도 했다. 이 일이 사실이라면 2학기 교원 인사를 겨냥해 인사권자인 교육감에게 미리 환심을 사려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구 교육계는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 청렴도 평가에서 꼴찌를 했다. 올 3월에도 졸업생 앨범제작 비리로 교장 등 17명이 입건되면서 부패 이미지가 쌓였다. 후보 때부터 교육비리 근절을 강조한 그로서는 봉투를 불쑥 들이민 교장들이 개탄스러웠을 법하다. 그래서 부작용을 예상하면서도 공개를 통해 반면교사로 삼으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우 교육감 행동에 모두 박수를 보내지는 않는 모양이다. “장기간 이어져 온 부적절한 관행을 제 식구 감싸기 식으로 넘어가서는 곤란하지만 그렇다고 마치 대구지역 교장 전체가 부패집단처럼 비치도록 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한 대구시 교육의원은 “구체적인 정황을 잘 몰라 단언하긴 어렵지만 교육감이 ‘아직도 이런 교장들이 있소’라고 폭로하는 듯한 모습은 어색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교육계 비리 근절은 중요한 과제다. 당연히 뿌리 뽑아야 한다. 그러나 부정과는 거리가 있는 대다수 교장들의 자긍심도 결코 가볍게 다뤄서는 안 된다. 우 교육감에게는 교육계 자존심을 지키면서 청렴도를 높여야 하는 어려운 과제가 던져졌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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