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명대 한의대 김호현 학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학생들과 시험답안을 보고 있다. 세명대는 리포트나 시험답안 제출 후 학생들에게 피드백을 주는 ‘빨간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제천=장기우 기자
《23일 오후 충북 제천시 세명로 세명대 한의과대학 학장실. 사무실 가운데 놓인 테이블에 성인 엄지손가락 두께 분량의 시험 답안지 수십 권이 놓여있다. 여름방학이지만 소파에는 김호현 학장(생리학 전공)과 남녀 한의대생 3명이 마주 앉아 함께 답안지를 들춰보고 있다. 김 학장은 오른손에 ‘빨간색 사인펜’을 쥐고, 이미 채점이 끝난 시험지 속 문제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학생들에게 연방 설명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수시로 보는 쪽지시험이나 중간 및 기말고사가 끝나면 항상 이런 시간을 갖고 있다. “(의예과나 본과 1, 2학년의 경우) 자신이 쓴 답이 정답이라고 믿고 있던 학생들이 막상 다른 학생들과 서로 답안을 본 뒤 실수를 깨닫거나 부족했던 점을 파악하고 가더군요. 짧은 시간이지만 제대로 된 ‘피드백’을 주는 시간입니다.” 최서희 씨(한의예과 2년)는 “이런 시간이 채점에 대한 신뢰는 물론 전공 공부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런 모습은 세명대 어느 학과에서나 시험이 끝난 뒤 흔히 볼 수 있다. 바로 이 대학의 자랑 가운데 하나인 ‘빨간펜 제도’. 교육의 피드백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한 이 제도는 각종 리포트나 시험에서 잘한 점과 잘못한 점을 알게 해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지난달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으로 선정된 세명대는 ‘위세광명’(爲世光明·우수한 인재를 양성해 세상을 밝힌다)이라는 건학이념 실현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 미드필더형 인재가 목표
많은 대학들이 ‘리더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세명대는 ‘미드필더’를 인재상으로 꼽는다. 건학이념처럼 세상을 밝게 비추는 데는 ‘리더’만 중요한 게 아니고, 리더를 도와 목표를 달성하는 데 기여하는 사람(미드필더)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조남근 정책개발단장(교육대학원 교수)은 “미드필더를 키워내기 위해서는 ‘인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따뜻한 가슴을 가진 훌륭한 인성의 바탕 위에 실생활에 필요한 전문적 지식과 기술을 습득해야만 훌륭한 미드필더로 커나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조 단장은 “멀티플레이어는 글로벌 마인드를 함께 갖춰야 한다”며 “이 때문에 세명대의 교육목표를 인성함양과 실용·전문지식의 습득, 글로벌 마인드 향상”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 비전설계 프로젝트 등 20개 ‘밀착교육’
‘미드필더형 인재’ 양성을 위해 중장기 발전계획인 ‘세명 2015’계획을 만들어 다양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우선 ‘비전설계 프로젝트’. 신입생이 들어오면 기초역량검사와 인성검사로 진단평가를 하고 책임교수를 배정한다. 책임교수는 학생과 장래 목표, 재학 중 이수 교과목, 동아리 및 봉사활동, 기업체험 활동 등 비전을 설계하고 데이터베이스(DB)화한다. ‘알람제’도 시행 중이다. 비전 설계 활동이 미흡할 경우 학생 본인과 부모, 책임교수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내 문제점을 분석하고 지원하는 것. 이병준 기획팀장은 “대학과 사회의 여건을 두루 고려해 특성에 맞는 알찬 계획을 세워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 기숙사도 ‘교육공간’
세명대 재학생 가운데 60% 이상은 수도권 출신이다. 이 때문에 이 대학은 4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를 확보하고 있다. 또 기숙사를 단순히 ‘먹고 자는’ 곳이 아닌 학습활동에 필요한 곳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바로 ‘기숙형 대학’을 만드는 것. 현재 기숙사에는 3개 외국어 과정을 개설해 원어민을 통한 외국어 의사소통 능력과 글로벌 마인드를 키우고 있다. 또 취업에 도움이 되는 자격증 강좌도 열고, 봉사활동과 진로관련 동아리 활동도 활성화할 계획이다.
김유성 총장은 “여러 프로젝트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교수들의 관심과 열정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잘하는 교수에게는 ‘인센티브’를 주고, 그렇지 않으면 ‘연수와 강의클리닉’을 하는 ‘교원업적평가규정’을 재정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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