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할머니, 손자들 이렇게 돌봐주세요”

  • 동아일보

대구 수성구보건소 ‘노인 육아교실’ 인기

20일 오전 열린 대구 수성구보건소 육아교실에 참석한 어르신 수강생들이 목욕시키기 강의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 제공 수성구
20일 오전 열린 대구 수성구보건소 육아교실에 참석한 어르신 수강생들이 목욕시키기 강의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 제공 수성구
20일 오전 10시 대구 수성구보건소 보건교육실. 갓 태어난 아기와 비슷한 인형 30여 개가 탁자에 놓여 있다. 강사는 ‘신생아 특징’이라는 주제로 머리, 눈, 팔 등 신체별 특징을 교육했다. 하지만 수강생은 산모가 아닌 머리 희끗한 할아버지, 할머니들. 돋보기안경을 쓰고 강의자료에 밑줄을 쳐가며 열심이었다.

이어진 교육은 ‘신생아 목욕시키기’. “목욕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 사이, 물 온도는 38∼40도가 좋다”는 강사 설명에 어르신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손가락으로 받치면 아파하므로 손바닥을 쓴다’ ‘목을 괸 손 엄지와 집게손가락을 벌려 아기 귓바퀴를 접어 귓구멍을 덮어 누른다’ 등 목욕 방법이 이어지자 모두 진지하게 따라했다. 한 할머니는 “예전에는 잘 모르고 아이를 키웠는데 시대가 많이 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수성구보건소가 진행하는 ‘할아버지, 할머니 육아교실’의 반응이 의외로 좋다. ‘함께 낳아 함께 키우는 분위기 조성’이라는 취지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손자, 손녀를 돌봐야 하는 노인들의 관심이 높다. 6월 말부터 매주 화요일 진행하는 노인 육아교실에는 170명이 다녀갔다.

교육 내용은 ‘언어발달을 위한 양육’ ‘영·유아에게 책 읽어주기’ ‘목욕 및 마사지 방법’ 등이다. 구강 위생관리, 소화질환 및 예방 접종관리 등 건강상식도 챙겨준다. 강의가 유익하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아직 손자가 없는 어르신들도 수강하고 있다.

수강생인 현순분 할머니(58·수성구 신매동)는 “육아에 자신감이 생겼다”며 “며느리에게 한 수 가르쳐 줘야겠다”고 말했다. 보건소 측은 7월 말 끝내려던 프로그램을 11월까지 이어가기로 했다. 강의도 화∼금요일로 확대한다. 예산은 당초 400만 원에서 2700만 원으로 늘렸다. 홍영숙 수성구보건소 보건과장은 “아이를 키우는 어르신이 늘어나는 만큼 노인 육아교실 사업을 다양하게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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