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성북동 벽화골목’ 주민반대로 하루 만에 ‘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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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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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안맞다” 이웃들 저지… 구청 “여론 수렴한 뒤 재개”

18일 서울 성북구 성북동 성곽마을의 한 골목에 잿빛 옹벽이 휑하니 남아 있다. 성북구
는 이 옹벽에 각종 그림을 그려 넣는 계획을 세웠으나 벽화 작업을 시작한 지 하루 만에
주민들이 “해외 만화 캐릭터가 동네 분위기와 맞지 않는다”고 반발해 작업을 중단했다.
사진 제공 서울성북구청
18일 서울 성북구 성북동 성곽마을의 한 골목에 잿빛 옹벽이 휑하니 남아 있다. 성북구 는 이 옹벽에 각종 그림을 그려 넣는 계획을 세웠으나 벽화 작업을 시작한 지 하루 만에 주민들이 “해외 만화 캐릭터가 동네 분위기와 맞지 않는다”고 반발해 작업을 중단했다. 사진 제공 서울성북구청
서울 성북동 북정길 성곽마을 일대 동네 벽에 그림을 그려 넣는 도시 벽화 사업이 발표 하루 만에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돌연 취소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사업은 성북동 217, 224 일대 북정길 성곽마을 담벼락에 벽화를 그려 넣는 일명 ‘아름다운 벽화 거리’ 프로젝트. 이 지역은 600년 된 서울성곽 아래 동네로 현재 성북 제2주택재개발 정비예정구역에 속한 곳이다. 주민들 중에는 혼자 사는 노인이 많다. 성북구는 동네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이화여대 숙명여대 한양대 등 150여 명의 대학생 자원봉사단을 불러 개인주택과 공중화장실, 마을경로당, 연탄창고 등에 그림을 그려 넣겠다고 14일 밝혔다. 장소 선정은 성북구청이, 비용 부담과 장비 지원은 금호건설이 각각 맡았다.

그러나 첫날인 15일 벽화 작업을 시작하자마자 동네 주민들의 반발로 작업이 중단됐다. 고즈넉한 동네 분위기와 벽화 주제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 반대 이유. 그림 대부분이 미국 만화 캐릭터 심슨, 미국 픽사의 만화영화 ‘니모를 찾아서’ 등 다소 현대적인 느낌의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었다.

이 지역에 벽화 사업이 진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몇 년 전에는 주민 축제의 일환으로 대학생들이 담벼락에 나무와 꽃을 그려 넣었다. 한 주민은 “전래동화 속 한 장면이나 성북동 비둘기같이 동네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도 아니고 동네 분위기와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성북구청의 한 관계자는 “담벼락에 그림 그리는 것 자체는 사전에 집 주인들에게 허락을 받아 문제가 없지만 다른 주민들이 그림을 하나의 ‘공공재’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성북구는 이날 현장에서 주민설명회를 열고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벽화 사업을 중단하기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도시벽화사업 현판식과 ‘사랑의 쌀’ 전달식 등 같은 날 함께 진행되기로 했던 행사도 모두 취소됐다.

공공미술의 성공작으로 꼽히는 부산 남구 문현동 안창마을의 경우 작업을 주도한 서상호 작가가 벽화를 그리기 전에 수차례 공청회를 열어 반대하는 주민들을 설득했다. 공공미술 관계자들은 시작 전 동네 주민들의 동의를 충분히 구하지 않아 일어난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영범 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는 “좋은 정책을 실행하기에 앞서서 지역 주민들과의 충분한 소통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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