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장학재단에 증여세 부과는 잘못”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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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대에 210억 기부했다 140억 부과받은 60대 승소

전 재산을 모교에 기부해 210억 원 규모의 장학재단을 만들었다가 세무서로부터 140여억 원의 증여세를 부과받은 장학재단 이사장이 소송에서 승소했다. 수원지법 행정3부(이준상 부장)는 15일 구원장학재단(이사장 황필상·63)이 수원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부과처분취소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주식 기부에 대한 증여세 부과는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나 경제력 세습을 막기 위한 것으로 황 씨가 구원장학재단에 기부한 것은 장학사업을 위한 순수한 목적이었고, 황 씨가 재단 경영에도 개입하지 않은 만큼 증여세 부과의 예외로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수원세무서는 황 씨가 2002년 자신이 운영하는 수원교차로 주식의 90%(200억 원 상당)와 현금 10억여 원을 모교인 아주대에 기부해 설립한 구원장학재단에 ‘주식기부는 현행법상 무상증여에 해당된다’며 2008년 9월 증여세 140억 원을 부과했다.

▶본보 2008년 12월 10일자 A13면 참조
독지가 기부 210억으로 만든 재단에 140억 증여세라니…


이에 구원장학재단은 “장학재단의 명백한 장학지원 활동과 투명한 운영이 드러나 있는데도 거액의 세금을 부과한 것은 잘못”이라며 3만여 명의 서명을 받아 지난해 12월 소송을 냈다. 구원장학재단은 7월 현재까지 20개 대학 1456명의 학생에게 22억6200여만 원의 장학금을 주는 등 모두 87억1800여만 원의 장학사업을 벌였다.

아주대 출신인 황 씨는 KAIST 기계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1991년 수원에서 수원교차로를 창업해 10년 만에 연매출 100여억 원, 순이익 20억여 원의 알짜 기업으로 키웠다. 이후 사회로부터 받은 도움을 환원하겠다는 평소 신조에 따라 전 재산을 기부해 장학재단을 설립했다. 황 씨는 “순수한 기부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나라 망신을 시키는 것으로 이번 판결은 진실의 승리”라며 “저와 같은 피해자가 더는 없도록 헌법소원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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