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 결석-조퇴하려 ‘꾀병藥’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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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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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량 먹으면 발열-구토” 인터넷 통해 게보린 등 복용법 유포
소화관 출혈 등 부작용 심각… 식약청 ‘15세미만 판금’ 당부

‘제가 아파보려고요. 게보린 10알을 먹으면 토하고 열나고 하나요.’(lovejizhen2)

‘게보린 먹으면 정말 조퇴할 수 있나요?’(비공개)

인터넷에서 ‘게보린’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쉽게 볼 수 있는 글들이다. 대부분의 글은 학교 가기 싫어 게보린을 복용하려고 하는데 정말 효과가 있는지를 묻는 내용이다. 심지어 콜라랑 먹는 것이 머리 아픈 데 효과가 있는지 물어보는 질문도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15일 “인터넷상에서 게보린 과다복용이 학교에 가지 않거나 조퇴하는 방법으로 청소년들 사이에 급속히 유포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게보린 등 해열진통소염제를 허가된 복용량(성인 하루 1알)의 5∼10배 과량 복용할 경우 소화관 내 출혈, 급성 간부전 등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게보린은 15세 미만 소아에게는 사용이 금지돼 있다.

민대식 대한약사회 홍모팀장은 “서울 각 지역 약사회에서 초중학교를 방문해 올바른 약물 복용 관련 강의를 하는데 아이들로부터 게보린 복용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며 “인터넷에도 게보린 관련 질문이 많이 올라와 식약청에 지난주 제보를 했다”고 말했다.

식약청은 게보린을 청소년들이 구입하려 할 경우 반드시 15세 이상인지 확인할 것과 과량 또는 장기 복용의 위험성에 대한 지도를 철저히 해줄 것을 대한약사회에 요청했다. 또 식약청은 교육과학기술부에도 게보린 과다복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부작용 등 의약품 정보를 제공해 학생들에게 의약품 오남용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해줄 것을 요청했다.

게보린 사리돈 등 이소프로필안티피린 성분 함유 의약품은 아이들이 과다 복용할 경우 소화관 내에서 과다 출혈이 일어나 피를 토할 수 있다. 또 짧은 시간에 출혈을 많이 하게 되면 어지러움과 메스꺼움을 느끼거나 식은땀이 날 수 있다. 이 같은 증상이 있는데도 장기적으로 계속 복용할 경우에는 심하면 간이 기능을 제대로 못하는 급성 간부전이 올 수 있다.

민 팀장은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많이 복용할 경우에 비슷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된다”며 “약국에 관련 내용을 공문으로 보내 약사들에게도 상기시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소프로필안티피린 성분에 대한 논란은 지난해에도 있었다. 국내 한 시민단체가 이소프로필안티피린 성분의 진통제를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는 혈액질환과 의식장애 등의 부작용 때문에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 이에 대해 식약청은 지난해 3월 “금지할 정도로 위험하지는 않다”며 ‘15세 미만 사용금지’ ‘장기복용 금지’ ‘5∼6회 복용에도 증상 개선 없으면 복용 중지’ 등 강화된 안전 조치만 내렸다.

식약청 관계자는 “확인한 결과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는 게보린 같은 성분의 약이 아예 출시가 안 됐다”며 “게보린 말고도 다른 성분의 진통제인 타이네놀, 아스피린도 과다 복용하면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여서 특별히 게보린만 위험하다는 증거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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