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범죄예방 일등공신 ‘마을지킴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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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 1만여명 활동… 두달새 절도범 등 11명 검거 도와

경북 의성군 춘산면에 사는 박모 씨(45)는 최근 고사리를 캐러 집 부근 산에 갔다가 누군가 큰 소나무 한 그루를 파내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박 씨는 집에 돌아온 뒤 문득 “혹시 소나무 절도범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경찰에 신고했다. 오후 11시경 경찰관과 함께 현장에 가보니 절도범은 낮에 파 둔 100년생 소나무를 밤 시간을 이용해 화물차에 싣고 옮길 준비를 하다 붙잡혔다. 신고포상금 10만 원과 경북지방경찰청장의 감사장을 받은 박 씨는 “‘마을지킴이’가 아니었다면 그냥 넘어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경찰청이 5월 경북 23개 시군 주민으로 구성한 ‘마을지킴이(팜워치)’가 경찰의 방범활동이 미치지 않는 틈새를 지키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경북경찰청은 경북의 면적이 전국 19%로 16개 시도 가운데 가장 넓은 데다 농어촌이 90%여서 이 제도를 전국 처음으로 도입했다. 경북의 경찰순찰차 1대가 담당하는 구역은 56km²로 대구보다 10배가량 넓다.

최근까지 2개월 동안 도내 마을지킴이 8427명은 모두 213건을 신고해 절도범 5명과 수배자 3명, 도로교통법 위반자 2명 등 11명이 검거됐다. 마을에 들어온 낯선 차량을 신고한 경우도 99건이었다. 며칠 전 영양군 입암면에서는 오전 5시경 밭에서 브로콜리 30kg을 훔치던 사람이 새벽일을 나가던 마을지킴이의 신고로 붙잡혀 입건됐다. 운전자가 술을 마셔 비틀거리며 가던 음주차량을 마을지킴이가 신고해 사고를 막은 경우도 있다.

경북경찰청은 이달 들어 마을지킴이 2479명을 추가로 임명해 모두 1만9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경북의 농어촌에는 농수산물 등 절도사건이 연간 2000여 건 발생한다. 경북경찰청 생활안전과 박희룡 과장은 “마을지킴이가 정착되면 각종 범죄를 막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사소한 신고에도 즉시 현장으로 출동해 신뢰를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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