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달 9일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으로 11개 대학을 선정했다. 계획서를 낸 전국 125개 대학 가운데 서울여대 가톨릭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등 수도권 4개 대학과 건양대 대구가톨릭대 세명대 신라대 울산대 한동대 한림대 등 지방 7개 대학만이 선정됐다. 대학이 학생들을 잘 뽑는 것뿐만 아니라 ‘잘 가르치는 것’에도 관심을 두도록 유도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이들 대학은 앞으로 4년간 총 120억 원을 지원받는다. 색다른 교육으로 주목받는 대학교육 현장을 소개한다.》
지난달 30일 서울 노원구 공릉2동 서울여대 외국어교육원에서 영어 교육 프로그램인 ‘스웰(swell)’ 수업에 참석한 수강생들이 외국인 강사의 강의를 듣고 있다. 일상생활에서도 영어만 써야 하는 등 엄격한 규율에 따라 합숙생활을 해야 하지만 공동체 의식과 인성을 함께 개발할 수 있어 일반인에게도 인기가 높다. 박영대 기자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시 노원구 공릉2동 서울여대 외국어교육원 내 한 강의실. 6명의 학생이 16.5m²(약 5평) 남짓 되는 강의실에서 외국인 강사가 진행하는 영어 회화 수업을 듣고 있었다. 다른 대학 어학원과 크게 다르지 않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곧 색다른 장면이 연출됐다. 쉬는 시간에도 수강생들은 영어로만 대화를 했다. 대학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건물 벽면에는 ‘English Only. No Korean Intonation(오직 영어만. 한국 억양 금지)’이라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기자가 인터뷰를 하려고 하자 석진이 교육부장(40·여)이 귀엣말을 했다. “우리말을 하다간 벌점을 받아요.” 서울여대가 자랑하는 영어교육 프로그램 ‘스웰(Swell·Seoul Women’s University English Language License)’의 모습이다.
○ 대학 내 영어마을
이곳에선 합숙이 원칙이다. 170여 명의 학생은 40일간 기숙사와 어학원만 오가며 생활해야 한다. 기숙사에서도 영어만 써야 한다. 강사진과 직원들도 학생들과 같이 생활한다. 일종의 ‘영어마을’인 셈.
엄격한 규율도 뒤따른다. 휴대전화 사용은 지정된 시간과 장소에서만 허용된다. 술과 담배는 물론이고 주중 외출이나 외박도 금지된다. 규율을 어기면 벌점을 받아 퇴교 등의 제재를 받거나 장학금 수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일정 역시 빡빡하다. 오전 6시 40분 기상해 회화, 영어 토론, 세미나와 일일시험이 매일 이어진다. 자기 전에는 점호로 하루를 정리한다. 석 부장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보려는 학생들이기 때문에 규율도 즐긴다”며 “함께 고생한 동료들과 우정을 쌓으며 공동체 의식이 함양되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수강생들은 수료한 뒤에도 서로를 ‘스웰러(sweller)’라고 부르며 돈독한 우정을 과시한다.
1995년 시작된 이 과정은 엄격한 규율에도 15년간 인기를 끌고 있다. 수강료가 260만∼280만 원으로 해외 어학연수보다 저렴하고, 단기간에 영어 실력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 무엇보다 쉽게 경험하기 힘든 합숙생활을 통해 자신을 단단히 다지려는 여학생들이 많이 찾는다. 수강생 김민소 씨(22·서울여대 서양화과)는 “동료들과 같이 고생하며 ‘마음의 능력’을 함양할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이번 수강생 170명 가운데 50%는 다른 학교 학생이거나 비(非)대학생이다.
○ 공동체 교육으로 실력-인성 동시에
서울여대가 스웰을 오래 운영할 수 있었던 비결은 교육 노하우가 이미 축적돼 있었기 때문. 서울여대는 대학을 설립한 고 고황경 박사의 호를 따 만든 ‘바롬 인성교육’이란 프로그램을 1961년부터 운영해왔다. 모든 학생이 2, 3주간 합숙을 통해 봉사활동 등을 하며 올바른 인성을 기르게 도와주는 과목이다. 경쟁만 강요하는 대학 교육과 차별화된 교육이라는 것이 학교 측 설명. 조성원 대외협력홍보실장(50·여·영문과 교수)은 “가장 기억에 남는 대학생활로 이때를 꼽는 졸업생이 많다”고 전했다.
서울여대는 최근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으로 선정돼 4년간 120억 원을 지원받게 됐다. 김명주 추진사업단장(48·정보미디어대학장)은 “이런 공동체 교육 과정을 다양하게 운영한 경험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광자 총장은 “리더가 되기 위해 경쟁하라고 강요하기보다는 어느 조직에나 도움이 되는 ‘플러스형’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우리 대학의 철학”이라며 “공동체 활동을 통해 인성과 창의성을 동시에 함양하는 학부교육모델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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