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명 파문’ 강북경찰서장 직위해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28일 17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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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명하복(上命下服)을 중시하는 경찰 조직에서 유례가 없는 하극상(下剋上) 사건이 벌어졌다. 채수창 서울 강북경찰서장은 28일 사퇴의사를 밝히며 조현오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양천서 문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밝혔다. 경찰 조직에서 서장이 직속상관인 지방청장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촉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채 서장은 이날 오후 서울 강북구 번동 강북경찰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가혹행위를 하면서 실적 경쟁에 매달린 양천경찰서 사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런 분위기를 조장한 경찰 지휘부의 문제"라며 "현 지휘부가 계속 그 자리에 있는 한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채 서장은 현 서울청 지휘부의 '실적 압박'을 양천서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검거 실적만으로 보직인사를 하고 승진을 시키는 것이 이번 사건의 원인"이라며 "실적평가 시스템을 고치지 않고 책임을 일선 현장 경찰관에게만 떠넘기는 것은 지휘부의 무책임한 행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현오 서울청장은 "만약 양천서와 같은 가혹행위가 서울지역 경찰서 전반에 퍼져 있다면 반드시 청장이 책임져야 할 문제지만 알아본 결과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마음대로 조직의 위상과 사기를 꺾은 채 서장의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이날 기자회견 직후 채 서장을 직위해제하고 백운용 서울청 교통관리과장을 신임 강북경찰서장에 임명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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