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乙, 머리모양도 허락받고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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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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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기획사 57곳 실태조사… ‘노예 계약’ 시정지시

탤런트 겸 모델로 활동하는 30대 연예인 A 씨와 B 씨(여)는 소속 연예기획사인 C사와 계약을 하면서 몸무게, 허리둘레 같은 신체 사이즈를 현재 상태로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들은 헤어스타일을 바꿀 때도 C사의 허락을 받아야만 했다.

A 씨와 B 씨가 인권침해와 다름없는 ‘관리’를 받아야만 했던 이유는 전속 계약서에 있었던 ‘노예 계약’을 연상케 하는 불공정 조항 때문이다. 두 사람이 C사와 체결한 전속 계약서에는 ‘을(연예인)은 항상 정확한 신체 사이즈를 유지하고 신체 및 머리 모양에 변화가 있을 시 즉시 갑(연예기획사)에게 알려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4일 발표한 ‘중소 연예기획사의 연예인 전속계약 실태조사’에 따르면 그동안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연예기획사들의 연예인에 대한 지나친 사생활 침해 및 상식에 어긋나는 관리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국내 57개 중소 연예기획사 소속 연예인 291명의 전속계약 체결 실태를 조사해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불공정 계약 조항들을 수정토록 했다고 밝혔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연예기획사 중에는 소속 연예인들에게 학업, 교제, 병역, 건강, 예절 등에서도 자신들의 지휘감독을 받아야 한다는 계약 조항에 서명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상당수 연예기획사가 소속 연예인들과 연예활동에 대한 총괄적인 지휘 감독권을 갖는다는 계약을 체결했다. 심지어 많은 연예기획사는 연예활동의 중지와 은퇴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과도한 사생활 침해는 물론이고 연예인들이 스스로 자신의 진로를 결정할 수 없도록 한 ‘노예 계약’ 조항이 적지 않았다”며 “연예기획사들의 시정조치 이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5개 회사는 자신들이 주최하는 행사에는 연예인이 무상으로 출연해야 한다는 계약을 소속 연예인들과 체결했다. 또 일부 회사는 계약기간이 끝난 뒤에도 계약기간에 발생한 채권, 채무 관계에 따른 책임을 연예인이 진다는 조항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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