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나무에 표고버섯을… 버섯 찌꺼기로 돼지를… 커피 가격 폭락으로 어려움을 겪던 콜롬비아의 커피 재배농가들은 커피를 생산하고 남은 부산물을 재활용하는 방식을 도입해 위기를 탈출했다.커피 재배농가들은 원두를 수확한 커피나무에서 표고버섯을 키우고, 버섯을 상품화하고 남은 표고버섯 찌꺼기로 소와 돼지를 사육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했다. 사진 제공 쓰레기제로배출연구소(ZERI)
커피를 재배하면 실제로 소비되는 것은 0.2%에 불과하다. 나머지 99.8%는 어디로 갈까. 모두 버려진다. 2000년대 들어 원두 가격 폭락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몇몇 콜롬비아의 커피농가들은 여기에 착안한 사업 아이디어로 위기에서 탈출했다.
이들이 찾은 아이디어는 원두를 수확한 커피나무에서 표고버섯을 키우는 것이었다. 버섯을 상품화한 뒤 남는 찌꺼기는 소와 돼지의 사료로 사용했다. 버섯 찌꺼기는 단백질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효과가 좋았다. 99.8%의 쓰레기를 버리는 대신 또 다른 생산의 재료로 사용하는 자원순환 시스템을 도입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한 것이다.
○ 자연에서 아이디어 얻는다
자원순환형 경제구조를 강조한 개념인 ‘블루 이코노미(blue economy)’가 관심을 끌고 있다. 주창자인 군터 파울리 이탈리아 토리노 공대 교수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블루 이코노미는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혁신적인 경제 체제”라며 “자원낭비를 최소화한 순환 시스템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파울리 교수는 기업인 출신으로 1994년 유엔대학(UNU)의 지원을 받아 ‘쓰레기 제로배출 연구소(ZERI)’를 설립한 뒤 유엔환경계획(UNEP)과 함께 자원 낭비를 최소화하는 사업 아이디어를 전 세계에 보급하고 있다. 이를 소개한 책 ‘블루 이코노미-10년, 100개의 혁신, 1억 개의 일자리’는 유럽의 미래 연구모임인 로마클럽의 보고서로 채택되기도 했다.
그는 블루 이코노미의 대표적 사례로 아프리카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에 있는 쇼핑센터 건물을 소개했다. 유명 건축가 믹 피어스가 설계한 이 건물엔 에어컨이 없다. 하지만 외부 기온이 40도 이상으로 올라가는 찜통더위 속에서도 실내 공기를 서늘하게 유지한다.
비밀은 흰개미 집에서 빌려온 설계 아이디어에 있었다. 피어스는 흰개미들이 땅 속과 지면 위에 통풍구를 가진 모래탑을 세운 뒤 맨 위쪽의 통풍창을 열고 닫음으로써 공기를 순환시켜 내부 온도를 조절하는 방법을 응용해 이 건물을 설계했다.
○ 친환경을 가장한 환경파괴 막아야
유엔환경계획(UNEP)과 함께 자원순환을 극대화하는 ‘블루 이코노미’를 세계 각국에 제안하고 있는 군터 파울리 이탈리아 토리노 공대 교수. 사진 제공 UNEP벨기에 세제 업체인 에코버의 최고경영자(CEO)였던 파울리 교수는 친환경 사업에 회의를 느껴 환경운동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에코버는 세제에 석유화학성 계면활성제 대신 생분해성 원료인 야자유 지방산을 넣었죠. 그때만 해도 환경 피해를 줄이는 데 일조했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세제 수요가 급증하니 원료를 생산하는 야자수 농장이 더 많이 필요해지더군요. 인도네시아의 광대한 열대우림이 농장으로 바뀌어 갔죠. 그 영향으로 오랑우탄의 서식지가 파괴됐어요. 결국 자연을 위한다는 친환경 세제가 오랑우탄을 공격하게 된 셈이었죠.”
그는 “친환경 사업을 하는 줄 알았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환경을 파괴하고 있었다”며 “그때의 경험으로 친환경을 앞세운 기업들이 사실은 자연은 망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파울리 교수는 석유의 대안으로 여겼던 바이오 연료도 이와 유사한 맹점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바이오 연료를 만드느라 옥수수가 대량으로 소비되는 바람에 곡물가격이 급등하고 가난한 국가는 식량위기에 빠진다는 것이다. 바이오 에탄올 활성화 입법을 주도했던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도 최근 펴낸 자신의 저서 ‘우리의 선택’에서 “바이오 에탄올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을 줄 몰랐다”며 “법안을 만든 것은 실수였다”고 고백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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