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바이러스’에 감염 노부부 “우리도 10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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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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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천식씨 , 같은 단지 김병호씨 300억 쾌척 듣고 KAIST에 내놔“퇴직금과 절약해서 산 땅과학발전 위해 써줬으면”학교측 “교통대학원 설립”

KAIST에 100억 원대의 부동산을 기부하겠다고 나선 조천식(왼쪽) 윤창기 씨 부부가 17일 KAIST를 찾았다. 조 씨 부부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김병호 서전농원 대표가 KAIST에 기부하는 것을 보고 조건 없이 재산을 내놓았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KAIST에 100억 원대의 부동산을 기부하겠다고 나선 조천식(왼쪽) 윤창기 씨 부부가 17일 KAIST를 찾았다. 조 씨 부부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김병호 서전농원 대표가 KAIST에 기부하는 것을 보고 조건 없이 재산을 내놓았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이 부동산을 팔면 100억 원은 될 겁니다. 재산을 되도록 빨리 이전해 가세요.” 16일 오후 3시 반경 경기 용인시 N아파트 14××호. 조천식 씨(86)는 자신의 집까지 배웅 온 KAIST 발전재단 이남구 실장을 잠시 올라오라고 한 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대지(97평)와 충남 천안시 입장면 임야(3600평)의 등기 서류를 건넸다. 이날 점심 때 KAIST 서남표 총장을 만나 KAIST의 교육과 발전 청사진 등에 대해 꼬치꼬치 묻고 나서 최종적으로 기부 의사를 밝힌 지 불과 2시간여 만이었다.

조 씨는 지인인 같은 아파트 18층의 김병호 서전농원 대표에게서 ‘기부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외동딸(40)을 시집보낸 뒤 수년 전부터 자신의 재산으로 사회사업을 할지, 기부를 할지 등을 고민해 오던 조 씨는 김 대표가 지난해 8월 KAIST에 300억 원을 기부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대학 기부 쪽으로 마음을 돌렸다. 그래서 한 달 전부터 김 대표 집을 자주 드나들며 “KAIST에 왜 기부를 했느냐” “기부한 돈은 어떻게 쓰이냐” 등을 꼼꼼히 물었다.

두 사람의 기부 방식도 비슷하다. 직접 학교 발전재단에 전화를 걸어 기부 의사를 밝혔다. 기부에 대한 조건도 없다. 그저 학교 측이 과학 교육 발전에 유용한 데 알아서 써달라는 당부뿐이었다. 조 씨는 “1973년 받은 퇴직금과 아끼고 절약해 마련한 자금 등을 더해 서울 역삼동과 천안의 땅을 샀는데 37년 동안 팔지 않고 갖고 있었더니 지나온 세월이 보태져 큰 금액으로 변했다”며 “KAIST가 국내 과학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이 돈을 써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휘문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은행에서 부장, 이사 등을 역임하고, 은행감독원 부원장을 지냈다.

조 씨 부부는 기부 사실이 알려지는 것조차 무척 부담스러워 할 정도로 생색을 내지 않았다. 부인인 윤창기 씨(82)는 “무언가 특별하기 때문에 기부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갖고 있기 때문에 기부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씨 부부는 18일 오후 대전 유성구 KAIST 대강당에서 100억 원 기부 약정식을 가질 예정이다.

서남표 KAIST 총장은 “발전기금은 최첨단 녹색기술을 도입한 미래 교통 및 수송 기술에 관한 학문 간 융복합 연구와 교육을 하는 ‘녹색교통대학원’을 만드는 데 쓸 것”이라며 “이 대학원을 ‘조천식 녹색교통대학원’으로 명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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