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선 ‘칸첸중가’ 미등정 의혹 다시 불거져

  • Array
  • 입력 2010년 6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셰르파 “정상 150m 아래서 돌아왔다”
오은선 “맨뒤 처졌던 셰르파의 거짓말”

의혹제기 셰르파 누르부
“셰르파 리더가 ‘정상’ 주장… 오은선씨에 하산하자 했다”

오은선 측 반박
“누르부는 칸첸중가 첫 등정…고소증세로 당시 탈진상태”


오은선(44·블랙야크·사진)의 칸첸중가(해발 8586m) 미등정 의혹이 다시 불거졌다. 지난해 5월 오은선과 함께 칸첸중가를 등정한 누르부 셰르파(25)는 최근 엘리자베스 홀리 씨(86)와의 인터뷰에서 “나를 포함한 셰르파들과 오은선은 칸첸중가 정상 수직 고도 150m 아래에서 돌아왔다”고 말했다.

당시 칸첸중가를 오른 셰르파는 3명으로 누르부와 다와 옹추(38), 페마 츠링(39)이다. 홀리 씨는 지난달 오은선의 안나푸르나(8091m) 등정과 칸첸중가 의혹에 대해 인터뷰를 마친 뒤 당시 오은선과 함께 칸첸중가를 오른 셰르파들을 인터뷰했다. 누르부는 홀리 씨에게 “내가 10m 앞선 선두에서 등반을 하고 있었는데 정상 150m 아래 지점에 이르렀을 때 다른 일행들이 내려가자고 했다. 당시 강풍과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누르부의 말이 사실이라면 오은선은 8400m 약간 위 지점에서 돌아온 게 된다. 그러나 오은선은 미등정 논란 기자회견 당시 “TV 촬영 카메라에 마지막으로 찍힌 8400m 부근에서 3시간 30분 정도 더 올라가 정상을 밟았다”고 밝힌 바 있다.

홀리 씨는 48년 동안 히말라야에 오른 산악인들을 인터뷰하며 등정 기록을 정리해 왔다. 그는 오은선의 경쟁자였던 에두르네 파사반(스페인)이 칸첸중가 미등정 의혹을 제기하자 오은선, 옹추, 누르부, 파사반 등을 인터뷰한 보고서를 작성해 초안을 7일 배경미 대한산악연맹 이사에게 보냈다. ‘정상 등정을 확신하는 오은선, 옹추의 말과 누르부의 말이 다르니 이에 대해 보충할 말이 있으면 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배 이사는 오은선의 의견 등을 정리해 보낼 테니 보고서 공개를 이번 주까지는 보류해 달라고 요청해 놓은 상태다.

누르부의 말대로라면 국내외 산악계는 또 한번 시끄러울 수 있다. 세계 최초 히말라야 8000m 14좌 완등자인 라인홀트 메스너가 오은선의 등정을 인정했고 파사반 역시 “내가 두 번째(여성 완등자)인 것을 인정한다”고 밝혀 정리됐던 상황이 꼬이게 되는 것.

하지만 누르부의 말을 그대로 믿기는 힘들어 보인다. 오은선은 “누르부가 10m 앞서 가고 있었다는데 누르부는 앞에 선 적이 없다. 늘 맨 뒤에 섰다”고 말했다. 당시 누르부의 역할은 카메라 촬영. 하지만 동상과 고소 증세로 제대로 촬영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칸첸중가 등정이 처음이었던 반면 옹추는 칸첸중가 정상을 지난해를 포함해 4번 밟았다. 오은선과 셰르파들을 연결해온 현지 에이전트는 “옹추는 누르부가 거짓말을 했다며 격분했고 누르부는 연락이 끊긴 상태”라고 전했다.

국내 최대의 산악단체인 대한산악연맹 측은 “산악계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1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오은선 여성 세계 최초 히말라야 14좌 완등 기념식’을 공동 주최하려던 대한산악연맹은 ‘주최’가 아닌 ‘후원’으로 한 발짝 뺐다. 기념식 인사말에서 오은선은 홀리 씨 측으로부터 질문을 받은 사실을 언급하며 “사실에 입각해 답변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활동해 왔다. 이제는 도움 주면서 활동하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