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 도는 로스쿨 1기… 법조인 선발방식 미정에 불안 ‘진로 고민’

  • 동아닷컴
  • 입력 2010년 6월 2일 03시 00분


P 턴 “학연 지연 좋은 명문대 선회” 半修
U 턴 “차라리 사시 막차라도 타자” 자퇴
인턴 학점은 기본… 로펌-檢-法서 ‘경력’

2009년 3월 처음 문을 연 제1기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3년제)이 이달 1학기 기말고사를 기점으로 반환점을 돌게 된다. 그러나 2012년 초의 첫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 법조인 선발 방식이 여전히 표류하면서 학생들은 진로를 놓고 고민에 휩싸여 있다. 법조인 양성제도가 로스쿨로 바뀐 뒤 첫 기수부터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휘청거리고 있는 것. 로스쿨 재학생들은 대체로 △재학파 △반수(半修)파 △자퇴파라는 세 부류로 나뉘어 진로를 고민하고 있다.

○ 재학생-“학점, 경력 관리에 다걸기”

로스쿨 재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은 교육 과정이 절반이나 지났지만 법조인 선발 방식이 아직까지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법시험과 비슷한 과목으로 시행될 것이라는 점과 2학기에 시행되는 법조윤리시험, 최근 발표된 모의고사와 유사한 형식으로 나온다는 것만 알려져 있을 뿐 시험 시기가 언제가 될지, 합격률이 얼마나 될지조차 아직도 미정이다.

서울 소재 A대 로스쿨에 다니는 최모 씨(26·여)는 “내후년 봄이나 여름에 첫 시험을 치르는 것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2012년 2월에 졸업한 뒤 언제 치러질지 모를 변호사시험 사이 공백기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마음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1기 로스쿨 학생들의 정원은 약 2000명. 로스쿨 도입 초기 논의됐던 합격률 80%를 보장한다면 사법연수원 수료생보다 많은 1600명의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가 배출된다. 학생들은 이미 포화 상태로 ‘레드 오션’으로 꼽히는 변호사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학점 관리 못지않게 경력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7월 법원, 검찰에서 로스쿨 학생들을 대상으로 처음 시행하는 실무 수습교육 참여를 두고도 경쟁이 치열하다. B대 로스쿨에 재학 중인 윤모 씨(26·여)는 “회계사나 변리사 자격증을 가진 동기들이 로펌의 인턴으로 선발되는 걸 보면서 친구들 사이에서는 로펌 인턴이 사실상 ‘프리 리크루팅(pre-recruiting)’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 반수, 자퇴 놓고 고민도

다니던 학교에 학적을 두고 다른 학교로 옮겨가기 위해 다시 시험을 준비하는 이른바 ‘반수’를 고려하는 학생도 적지 않다. 영남지역 로스쿨에 다니는 한 학생은 “기말고사 기간인데도 도서관에서 토익 공부를 하거나 법학적성시험(LEET) 책을 들고 다니는 친구들이 있다”며 “서울 소재 로스쿨로 옮기기 위해 반수를 고려하는 동기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반수’는 지방대 로스쿨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로스쿨 학생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서울 소재 다른 로스쿨에서 소위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로스쿨로 옮길지 고민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반수를 고민하는 학생들 역시 진로의 불확실성이 주된 원인이다. 특히 학연, 지연으로 얽혀 있는 법조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왕이면 이름 있는 학교를 나와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퍼져 있다.

드물지만 과거 사법시험을 준비하다 로스쿨로 진로를 바꾼 학생 가운데에는 사법시험을 다시 준비하는 학생도 있다. C대 로스쿨의 한 학생은 “예전에 같이 사법시험 공부를 했던 스터디 멤버들이 벌써 사법연수원을 마치고 판검사로 임관한 모습을 보면 ‘사시를 더 준비할걸’ 하는 생각이 든다”며 “변호사가 아니라 판검사가 꿈이라면 지금이라도 사법시험 ‘막차’를 타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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