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병원 ‘VIP 검진’ 경쟁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20일 03시 00분


“최고 의사들이 최고 시설서 최고 서비스” 세브란스도 초고가 검진센터

비용, 일반 검진의 10배… 2박 3일 1700만원까지
“고객수요 맞추고 재정 숨통”… “의료비 증가 부채질” 비판도

17일 김영삼 전 대통령은 건강검진을 받으려고 서울 강남구 역삼동 서울대병원 강남검진센터를 찾았다. 네 시간에 걸쳐 뇌 자기공명영상(MRI)촬영, 내시경, 암 정밀 검사 등을 진행한 결과 김 전 대통령의 위벽에서 물혹을 발견했다. 의료진은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특실을 예약하고 검진자료를 보냈다. 김 전 대통령의 프리미엄 건강검진 비용은 460여만 원이지만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무료로 받았다.

같은 날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VIP용 건강검진을 위한 건강증진센터를 열었다. 이 센터는 심장초음파, 내시경, 컴퓨터단층촬영(CT), MRI 등을 원스톱으로 진행한다. 검진비는 1박 2일 기준으로 남자 788만 원, 여자 826만 원. 부부가 함께 받을 때는 1359만 원이다.

세브란스병원과 함께 ‘빅5’로 불리는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은 이미 이 같은 초고가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2003년 이런 프로그램을 도입한 서울대병원의 한 관계자는 “프리미엄 검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강남검진센터는 서울대병원 본원 수입의 7% 이상을 벌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병원들은 수익을 공개하지는 않고 있지만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빅5의 초고가 검진비는 460만 원(반나절)부터 1700만 원(2박 3일)까지 다양하다. 일반 검진의 최소 10배 이상이다.

병원들이 이 같은 프로그램으로 경쟁하는 이유로 고객 수요와 재정 구조 개선을 우선 꼽았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국내외 고객 수요가 폭발하고 있기 때문에 프리미엄 검진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빅5의 경쟁에 대해 ‘병원 재정 악화를 만회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하기도 했다. 건강보험 체계가 저수가 구조여서 건강보험을 적용하지 않는 초고가 검진에서 ‘황금 알’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측은 “강남검진센터의 수익으로 어린이병원 등의 적자를 메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빅5의 성공에 따라 중앙대 인하대 아주대병원 등도 건강진단 센터를 확장한 뒤 초고가 검진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계획을 세웠거나 검토하고 있다.

초고가 검진은 고객의 수요를 맞추고 병원 재정에 숨통을 틔워 주지만 사회보장 측면에선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규식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한국 대형병원들이 초고가 검진과 같은 비(非)보험 수입에 눈독을 들일수록 외국에서는 사회보장이 낙후한 나라로 비친다”며 “초고가 검진이 일반 병원에까지 확산된다면 사회보장 수준에서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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