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노인들을 상대로 값싼 중국산 약초를 만병통치약이라고 속여 비싼 값에 팔아온 할머니 사기단 ‘노랭이 식구’ 일당 7명을 검거해 천모 씨(67·여) 등 4명을 구속하고 이모 씨(59)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주범인 천 씨가 노랑머리를 하고 다닌다고 해서 별명이 붙은 ‘노랭이 식구’ 사기단은 2010년 1월 서울 구로구 구로시장 노상에서 한모 씨(72·여)에게 시가 1500원짜리 약재인 중국산 보골지 600g을 관절염 특효약이라며 400만 원에 판매하는 등 2009년 2월부터 2010년 5월까지 서민층 노인 200여 명에게서 3억 원 상당의 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사람이 많은 시장에 한약재를 깔고 행인들을 현혹했다. “이 약 먹고 우리 아버지가 아픈 데 다 나았다”라며 살 것처럼 바람을 잡는 바람잡이 역할도 분담해 노인들은 꾀어냈다. 폐지를 수집해 근근이 살고 있는 기초생활수급자 한 씨는 “오늘 아니면 못 산다” “내 몫까지 같이 사면 내가 돈은 내일 주겠다”라는 이들의 말에 넘어가 은행에서 400만 원 대출까지 해 약초를 샀다.
이 일당은 1980년대부터 활동해 온 약재 전문사기단으로 주범 천 씨는 무려 사기 10범. 이들은 현금 인출이 용이한 은행 근처를 범행 장소로 잡아 피해자들로 하여금 적금 통장을 해지하거나 한 씨처럼 대출을 받아서까지 약재를 사게끔 했으며 한 번 선택한 장소는 두 번 다시 찾지 않았다. 이들은 이렇게 가로챈 돈으로 모두 132m²(40평형)짜리 아파트에 거주하고 자식들에게 아파트를 사주는 등 넉넉한 생활을 누려 온 것으로 알려졌다.
보골지는 발기부전과 양기회복에 쓰이는 약재로 단독으로만 과다복용하면 급성간염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또 “피해자들은 대부분 약재에 대한 지식이 없어 좋은 약으로 알고 복용했으며, 속았다는 사실을 알더라도 자식들에게 혼날까 봐 신고하지 않았다”라며 약재 구입에 각별히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한편 경찰은 이들의 범행 사실을 알고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매달 10만∼20만 원을 상납 받아 온 오모 씨(75)도 공갈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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