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여자중학교 2학년 ○반 교실. 2교시 수업이 끝나자마자 김모 양(14·서울 송파구)은 교복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분당 200타가 넘는 속도로 메시지를 작성하는 김 양. 이후 1, 2분 간격으로 휴대전화 화면을 바라보며 피식 웃기도 하고 빠른 손놀림으로 다른 메시지를 작성하기도 한다. 김 양은 휴대전화로 어떤 내용의 메시지를 작성해 누구에게 전송한 걸까? 다음은 김 양이 휴대전화로 작성한 메시지 내용.
‘이번 수업시간 졸려서 죽을 뻔했어요 ㅠㅠ 미친(미투데이 친구의 줄임말)들 수업시간 졸음 참을 수 있는 방법 좀 공유 부탁요(부탁해요).’
학생들 사이에서 ‘마이크로 블로그(단문 블로그)’가 새로운 신세대 온라인 소통 문화로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대표적인 단문 블로그 ‘트위터’ 홈페이지 화면.
휴대전화로 친구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다른 학생들과 달리 김 양은 작성한 메시지를 ‘미투데이’(단문 블로그)에 올렸다. 메시지 내용은 ‘오늘 급식 메뉴가 부실했다’ ‘숙제를 해오지 않아 교사에게 혼났다’처럼 사소하고 사적인 것이 대부분이다. 가끔 ‘선생님에게 들키지 않고 방과후 수업을 빼먹는 방법’ ‘수학공부 잘하려면’ 등 학교생활 노하우를 물어보는 글을 올리기도 한다. 그가 쉬는 시간 10분을 이용해 보내는 메시지 개수만 거의 5, 6개. 등하교 때 집에서 학교까지 이동하는 15분간에는 최대 15∼20개의 메시지를 올린다.
김 양이 처음 미투데이를 시작한 건 지난해 겨울방학. 평소 좋아하던 가수인 ‘지드래곤’이 미투데이에 가끔 메시지를 올린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지드래곤의 일상을 ‘엿보고’ 싶은 마음에 당장 미투데이 서비스에 가입했다. 김 양은 “처음엔 연예인의 미투(미투데이의 줄임말)를 구경하는 데 그쳤지만 지금은 내가 직접 미투에 글을 올리면서 편한 친구와 수다를 떠는 것 같은 재미를 느낀다”며 “올해 1월에 ‘아이폰’(애플사에서 출시하는 스마트폰)을 구입한 후엔 휴대전화를 이용해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거의 모든 일상을 미투에 ‘생중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로그, 카페, 클럽, 미니홈피, 메신저에 이어 이제는 ‘트위터’ ‘미투데이’ 등으로 대표되는 ‘마이크로 블로그(단문 블로그)’가 새로운 신세대 온라인 소통 문화로 확산되고 있다. 이전까지는 주로 PC를 통해 단문 블로그 사이트를 이용했지만 최근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이를 통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단문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도 한다.
학생들이 생각하는 단문 블로그의 매력은 뭘까? 바로 전문적인 지식이나 글 실력 없이도 일상적인 대화를 하듯이 쉽게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주기적으로 사진을 업데이트하거나 배경음악, 배경화면을 구입하는 등 공간을 꾸미는 데 많은 노력이 들지 않는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작성한 글이 실시간으로 퍼져나가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의 글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볼 수 있다는 것도 단문 블로그만의 재미.
학생들이 단문 블로그를 이용하는 건 비단 학교생활에 관련된 노하우를 얻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자신의 꿈과 관련한 정보를 얻기 위해 단문 블로그를 이용하는 학생도 있다.
김태훈 군(18·창원 문성고 2학년)이 트위터를 시작한 건 지난해 겨울방학. 소설가가 꿈인 그는 평소 좋아하던 소설가 이외수 씨(64)의 트위터를 방문하기 위해 트위터를 시작했다.
“트위터에서 ‘팔로잉’(기존 메신저 서비스의 친구 추가와 같은 기능)을 하면 서로 대화도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을 듣고 ‘혹시 이외수 작가와 대화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란 기대에 트위터 계정을 만들었죠. 하지만 이외수 작가를 팔로잉한 사람이 너무 많아 제가 작성한 글에 대답을 듣는 건 거의 불가능하더라고요.”(김 군)
김 군은 이외수 씨와 대화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대신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편안하게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트위터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이외수 씨뿐 아니라 평소 좋아하던 다른 작가의 트위터를 방문했다. 김 군은 “그들이 작성한 글을 보면서 ‘그들은 평소 어떤 생각을 하는지’ ‘단순한 글을 쓸 땐 어떤 필체를 사용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얻는다”고 말했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올리기도 했다.
“얼마 전 김영하 작가가 트위터를 통해 ‘중·고등학교 알몸 졸업식’에 대한 토론을 펼친 적이 있어요. 그때 ‘아마 그동안 억눌린 감정이 순간 폭발해 그런 행동을 보였을 것’이란 제 생각을 올렸어요. 이번엔 김영하 작가한테 직접 ‘트위터를 하는 고등학생은 처음 봤다’란 답변을 받는 데 성공했어요. 전문적인 내용의 답은 아니었지만 평소 책이나 TV에서만 보던 작가와 대화한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했어요.(웃음)”(김 군)
이민구 군(16·과천 중앙고 1학년)은 트위터를 더 ‘현실적’으로 활용한다. 그는 중1때 외국신문에서 트위터에 대한 소개기사를 본 후 처음 트위터를 알게 됐다. 프로그램 개발자가 꿈인 이 군은 현재 자신의 관심 분야인 정보기술(IT)이나 컴퓨터에 대한 정보를 얻는 데 트위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 군은 “실제 프로그램 개발 업무를 하고 있는 사람의 트위터를 방문해 ‘실제 회사에선 어떤 일을 하는지’ ‘프로그램 개발자가 되기 위해선 어떤 능력을 길러야 하는지’를 물어보고 답을 듣는다”고 말했다.
평소 직접 프로그램 개발을 해보고 싶었던 이 군은 지난해 1월 이런 계획을 실천에 옮기기로 결정했다. 이 군의 ‘프로그램 개발 프로젝트’는 바로 트위터와 연동된 블로그 서비스를 만드는 것. 이 군은 “실시간으로 정보교환이 일어나는 트위터의 특징을 이용해 이와 연동된 블로그 서비스를 생각해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개발에 도움을 준 것 역시 트위터였다. 이 군은 프로그램 개발을 하다가 모르는 것이 있으면 트위터에 질문을 올려 관련 정보를 얻었다. 혼자 프로그램 개발을 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던 이 군은 트위터를 통해 알게 된 고등학생 친구 4명을 개발팀에 ‘영입’했다. 이 군은 트위터에서 만난 친구 4명과 함께 블로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트위터에 관심이 많은데 ‘괜히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게 되는 건 아닐까’란 걱정에 섣불리 시작하지 못하는 친구가 더러 있어요. 하지만 시간관리만 철저히 한다면 트위터는 언제 어디서나 관심분야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자신의 꿈을 실현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장소라고 생각해요.”(이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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