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 사범대 뒤편 체육관 왼쪽 산자락에는 작은 묘소가 하나 있다. 젊은 나이에 남편과 삼남매를 잃고 평생을 홀로 살며 모은 재산을 이 대학에 기증한 김유례 할머니(1909∼1997)가 잠들어 있다. 김 할머니는 홀로 된 뒤 떡 장사, 국밥집 등을 하며 마련한 전 재산인 2층짜리 건물(15억 원·이하 당시 평가액)과 현금 5000만 원을 1979년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써 달라며 내놨다. 대학 측은 할머니의 이름을 딴 장학금을 운영하고 있다. 해마다 기일이면 장학생들과 함께 추도식도 열고 있다.
충북대는 김 할머니를 비롯해 이 대학에 전 재산을 기탁한 신언임(78) 임순득(87) 전정숙 할머니(85) 등 독지가들의 뜻을 기리기 위한 ‘숭선재(崇善齋)’를 27일 개관했다. 제1학생회관 2층에 설치된 숭선재에는 네 할머니를 소개하는 사진과 자료 등이 전시된다.
‘청주의 구두쇠 할머니’로 유명한 신 할머니는 노점상을 하며 모은 돈으로 마련한 청주시 남문로 건물(30억 원 상당)을 1993년 6월 학교에 맡겼다. 6·25전쟁 때 남편과 사별 후 콩나물 장사를 하며 자식을 키운 임 할머니는 1999년 1월 청주시 운천동 건물(12억 원 상당)을, 평생을 봉사로 살아온 전 할머니는 1997년 12월 괴산군 증평읍 건물(10억 원 상당)을 각각 이 대학에 기증했다.
충북대 관계자는 “네 할머니 모두 어려움 속에서도 삶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근면 성실하게 사셨다”며 “이분들의 숭고한 정신이 재학생은 물론이고 사회에도 널리 알려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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