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애도 물결]“좋은 모습만 기억할게” 6명 시신없는 장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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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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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수서 박성균중사 40번째 수습희생장병 이틀간 17명 화장

고 박성균 중사
고 박성균 중사
“(창기가) 끝내 안 만나주는 걸 어떡합니까. 만나려고 애를 썼는데 끝내 동생을 못 만나고 저 혼자 돌아왔습니다.”

백령도 해상의 천안함 함수 수색현장을 둘러보고 24일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로 돌아온 실종자 이창기 준위(40)의 형 이완기 씨(43)는 2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박성균 중사의 시신이 함수에서 나오면서 아직 시신을 찾지 못한 실종자는 6명으로 줄었다. 이 준위와 최한권 원사, 박경수 상사, 장진선 중사, 강태민 상병, 정태준 일병의 가족들은 희생자 46인의 가족대표들의 결정에 따라 25일부터 실종자들을 산화자(散華者)로 간주해 장례 절차에 들어갔다.

산화자 결정에 의연한 모습을 보였던 실종자 6명의 가족들은 막상 장례가 시작되자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천안함 전사자가족협의회가 24일 오후 8시 이후 모든 실종 장병에 대한 구조·수색작업을 중단한다고 공식 선언하자 강 상병의 어머니는 “처음부터 46명이 같이 장례를 치르기로 했으니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체념한 듯 말했다. 박 상사의 사촌형 박경식 씨(36)는 “다들 (시신) 상태가 안 좋다는데 차라리 우리가 나은 것 아닌지 모르겠다”며 “항상 깔끔했던 모습만 떠오를 테니 마지막 길에 효도하는 게 아니겠느냐”고 애써 위안했다.

나머지 가족들은 실종 장병들이 입대할 때 잘라 부대에서 보관해둔 머리카락과 평소 사진, 옷가지 등을 갖고 장례를 치를 예정이다. 옷가지조차 수습하지 못한 최 원사의 고모부는 “함미에 들어가 봤는데 얘 캐비닛은 뚜껑이 뜯겨 나가 안에 남은 물건이 하나도 없었다”며 “더욱 비통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천안함 희생 장병 11명의 화장은 전날에 이어 계속됐다. 이날 화장은 인원이 많아 경기 수원과 충남 연기, 충남 홍성 등 3곳에서 동시에 진행했다. 수원 연화장에서는 안경환 상사, 임재엽 중사, 이상민 하사, 장철희 일병 등 4명, 연기군 은하수추모공원 역시 김종헌 상사, 문영욱 중사, 조정규 중사, 이재민 하사 등 4명, 홍성화장장에서는 조진영 중사와 이용상 하사, 김선호 병장 등 3명의 화장을 했다. 전날에도 문규석 원사, 김경수 상사, 이상민 하사, 강현구 하사, 정범구 병장, 안동엽 병장 등 6명이 수원 연화장에서 화장을 마쳤다.

2시간여의 화장 시간 내내 유족들은 오열했다. 25일 홍성에서 화장한 김선호 병장의 영정 앞에는 어머니가 올려놓은 바나나맛우유가 놓여 있었다. 김 병장의 어머니는 영정 속 아들의 뺨을 쓰다듬고 생전에 아들이 좋아하던 바나나맛우유를 쳐다보며 울었다.

평택=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수원=장관석 기자 jks@donga.com


▲ 동영상 = “용사 여러분, 편히 잠드소서” 천안함 46용사 합동분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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