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돼지시세 가장 좋은 지금 출하 대신 땅에 묻는 심정이란…”

  • Array
  • 입력 2010년 4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구제역 전국 영향권… 충주 피해농가 르포
충북, 1만2640마리 도살… 제주도까지 방역 대폭 확대

“어디까지 번지나” 22일 축산업에 종사하는 충북 충주시 신니면 용원리 주민들이 면사무소에 모여 심각한 표정으로 구제역 방역 상황도를 들여다보고 있다. 충청 지역에서 처음으로 구제역이 발생한 신니면에서는 이날 오전부터 방역작업이 곳곳에서 진행됐다. 충주=박영대 기자
“어디까지 번지나” 22일 축산업에 종사하는 충북 충주시 신니면 용원리 주민들이 면사무소에 모여 심각한 표정으로 구제역 방역 상황도를 들여다보고 있다. 충청 지역에서 처음으로 구제역이 발생한 신니면에서는 이날 오전부터 방역작업이 곳곳에서 진행됐다. 충주=박영대 기자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강화도에서 100km도 넘게 떨어진 우리 마을에까지 퍼졌다니 막막할 뿐입니다.” 구제역 의심증상을 보이던 돼지가 최종 양성판정을 받은 충북 충주시 신니면 용원리 일대는 22일 오전부터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작업이 곳곳에서 진행됐다. 신니면으로 이어지는 도로와 주변지역에 설치된 29곳의 방역초소마다 소독차량이 배치돼 통행하는 차량을 상대로 연방 소독약을 뿌렸다. 이 지역 축산농민들은 면사무소에 삼삼오오 모여 근심어린 얼굴로 도살처분 대상과 보상대책이 어떻게 결론이 날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10년 만에 구제역 발생한 충주

“자식같이 여기고 애지중지 길러온 돼지 1800마리를 땅속에 묻어야 한다니….” 구제역이 발생한 신니면 용원리에서 양돈장을 하는 김모 씨(40)는 오전 일찍 들려온 구제역 확진 소식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의 양돈장은 구제역이 발생한 이모 씨(47) 농장 바로 옆에 있다. 김 씨는 “나들이 철인 4, 5월이 돼지 시세가 가장 좋을 때여서 목돈 만질 꿈에 부풀었는데 ‘출하’ 대신 ‘매몰’을 해야 하는 심정을 누가 알겠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신니면은 2000년 4월 이후 10년 만에 또 구제역이 발생했다. 충북 전체로는 2002년 5월 진천군에서 발생한 이후 8년 만이다.

충북도는 이날 발생농가 주변 반경 3km 안에 있는 농가 96곳의 가축 1만2640마리를 24일까지 군과 경찰 지원을 받아 모두 도살하기로 했다.

○인근 지역도 구제역 비상

인천 강화군에서 136km 떨어진 충북 충주에서 구제역이 발생하자 인접한 지자체는 물론이고 제주도까지 방역대책 마련에 나섰다.

경기도는 충주시와 인접한 안성시와 이천시, 여주군 등지의 주요 진입로 12곳에 이동통제소를 설치해 방역을 하고 있다. 또 구제역이 발생한 김포시에 소독약 1400kg을 추가 공급하고 발생 농가와 역학적 관련성이 있는 농가 170여 곳을 파악해 이동제한 조치 및 임상관찰을 할 예정이다. 강원도는 한우 고장인 횡성군으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원주 귀래면사무소 등 4곳에 방역초소를 긴급 설치하고 가축 이동을 통제하고 있다. 경북도는 이날 도내 23개 시군 축산농가에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 구제역 경보와 소독 등 주의사항을 전파했다.

제주도는 구제역 유입을 막기 위해 소 돼지 사슴 등 다른 지역 우제류 가축의 반입을 전면 금지했다. 경남 창원시 북면에서 돼지 4000마리를 기르는 박창식 경남양돈협회장(53)은 22일 “평소보다 두 배 정도 방역을 강화하고 있으나 구제역 유입에 대해 100% 안심하기는 어렵다”며 “경남지역 축산 및 양돈 농가들은 이틀에 한 차례 하던 소독을 매일 한 차례로 늘리고 차량 및 출입자에 대한 방역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충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