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은 ‘교육 소통령’… 예산편성-규칙제정 절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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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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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2기 선거 앞두고 하는 일 살펴보니

#사례 1. 서울시교육감 집무실은 시교육청 9층에 있다. 비리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 시절 일반 직원들이 타는 엘리베이터는 9층에 서지 않았다. 9층으로 가기 위해서는 8층에서 계단으로 올라간 뒤 굳게 닫힌 철문을 통과해야만 했다. 기자들도 공 전 교육감을 만나기 위해서는 9층 철문 앞을 지키고 있는 직원의 허가를 받아야만 했다.
#사례 2.
2007년 공 전 교육감은 국제중 설립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공 전 교육감은 2006년부터 국제중 설립을 추진했지만 ‘귀족학교’ 논란에 부닥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국제중과 같은 특성화중학교를 지정하기 위해서는 교육과학기술부와의 협의가 필요한데 교과부가 반대하면서 국제중 설립은 없었던 이야기가 될 뻔했다. 그러나 2007년 당선된 공 전 교육감은 결국 서울에 2곳의 국제중을 설립했다.
고정비용 뺀 예산은 교육감 재량
교원평가 시행규칙 만들어 공고

학생선발-고입 전형 최종결정권
지역별 교사배치 기준 정하기도



재임시절 공 전 교육감은 ‘교육 소(小)통령’으로 불렸다. 직급 상으로는 정무직 차관급의 연봉과 대우를 받지만 서울 지역 교육, 특히 초중고교 교육에 있어서는 정부의 교육 수장인 교과부 장관을 넘어서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 교육청 예산의 20%는 교육감 몫

서울시교육청의 올해 예산은 6조3158억 원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보다 많은 8조969억 원이다. 가장 적은 제주도교육청도 6127억 원이나 된다. 시도교육청의 예산 규모는 각 시도의 학교 수와 학생 수, 교사 수를 고려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정해진 대로 책정된다. 따라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깎거나 늘릴 수 없다.

이렇게 주어진 예산 중 교사 인건비 등 용처가 정해진 예산을 제외한 20% 정도의 예산은 시도의회의 심의만 통과하면 교육감의 뜻대로 사용할 수 있다. 지난해 경기도교육청의 김상곤 교육감처럼 무상급식 전면 실시를 위해 예산을 사용하겠다고 할 수도 있다. 한 광역 자치단체장은 “교육청이 예산을 집행하는 사업이 자치단체가 추진하는 사업과 맞지 않더라도 지방자치단체나 시도교육위원회가 교육청의 예산 집행을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교과부의 올해 예산 41조608억 원 가운데 초중등교육 예산은 32조5467억 원이다. 이 중 99%인 32조3345억 원은 각 시도교육청에 나눠줘야 한다. 물론 예산 사용 권한도 교과부 장관이 아닌 교육감에게 있다. 학교 시설 개선 사업비처럼 각급 학교에 지원되는 보조금을 어느 학교에 배정할지 등도 교육감의 최종 결정을 받아야만 한다.

○ 교과부 장관도 쩔쩔매는 교육감

지난해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를 징계하라는 교과부 요청을 정면으로 거부했다. 하지만 교과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김 교육감을 검찰에 고발하는 것뿐 경기도교육청 관내 시국선언 교사 징계는 엄두도 못 냈다. 개별 교사 징계권이 교육감에게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 징계규정에 따르면 교육감은 교과부의 징계 요청을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행해야 하지만 김 교육감은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나오기 전에 징계할 경우 교육 현장에 갈등과 혼란이 증폭될 수 있다’는 특별한(?) 사유를 들어 교과부의 지시를 무시했다.

징계뿐만 아니다. 교사를 어느 지역, 어느 학교에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도 교육감이 결정한다. 교육감은 교육환경이 낙후된 지역에 교사를 늘려줄 수 있을 뿐 아니라 특수목적고에 교사를 추가로 배치해 줄 수도 있다. 교장을 비롯한 교원의 인사는 교육감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이다.

교육 비리 철폐를 위해 교과부가 추진하고 있는 교장 공모제 확대 역시 교원 인사와 관련된 사항인 만큼 공모제를 도입할 것인지, 도입한다면 공모제 비율을 얼마로 할 것인지 등이 모두 교육감에게 달려 있다. 따라서 교장을 50% 이상 공모로 임명하겠다는 교과부 계획의 성패 여부는 교과부 장관이 아닌 교육감들의 손에 달려 있다.

○ 정부 정책도 교육감 협조 없이는 실패

지난해 교과부는 ‘사교육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학원의 야간 교습시간을 제한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학원 교습시간을 오후 10시로 제한하는 내용의 조례를 제정한 곳은 사교육이 특히 번성한 서울 한 곳뿐이다. 다른 지역은 학원 교습시간 제한 조례가 없다. 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시도교육청에서는 교육감들이 학원가의 표를 의식해 학원 교습시간을 제한하는 조례를 만드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 3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교원평가도 마찬가지다. 교원평가 입법이 늦어지자 시도교육청별로 규칙을 만들어 교원평가를 하도록 한 교과부의 방침에 따라 각 시도교육청은 자체적으로 규칙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교육감의 의지에 따라 규칙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따라서 6월에 선출될 교육감에 따라 시도교육청별로 교원평가 방법이 달라질 수도 있다.

정부의 학교 다양화 정책 역시 교육감의 협조가 필수다. 고교 배정을 추첨으로 할 것인지, 선택제로 할 것인지뿐만 아니라 외국어고나 자율형사립고 등 사립고교의 선발 전형도 교육감이 최종 결정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처음 신입생을 선발한 자율고의 경우 서울지역은 지원 기준을 중학교 내신성적 50% 이내로 정했지만 광주는 20∼30%, 부산은 학교별로 다른 내신 산출방법을 적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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