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낙태 시술 주도 병원사무장 구속

  • 동아일보

檢 “수십건 간여”… 남편인 병원장은 불구속 기소될 듯

검찰이 최근 경기 안양시 A산부인과를 사실상 운영해 온 사무장 이모 씨를 8개월 된 태아를 비롯해 수십 건의 불법낙태 시술을 주도한 혐의(형법상 낙태)로 구속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이 병원은 올해 2월 낙태 근절 운동을 벌여온 프로라이프(pro-life) 의사회로부터 상습적으로 낙태 시술을 해온 혐의로 고발된 4개 병원 가운데 한 곳이다.

수원지검 안양지청(지청장 이은중)은 이르면 이번 주에 이 씨를 구속 기소하고 남편인 병원장도 불법낙태 혐의로 불구속 기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낙태 시술 과정에서 유도 분만된 태아를 숨지게 한 경우 살인죄를 함께 적용해 구속한 사례는 있었으나, 불법낙태 행위 자체만으로 병원 관계자를 구속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검찰 관계자는 “사무장인 이 씨가 사실상 병원을 경영하면서 수십 명의 임신부를 상대로 한 불법 낙태시술 과정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이후 증거를 인멸하려 한 정황이 있어 구속했다”고 밝혔다.

검찰 등에 따르면 올해 초 임신 8개월이던 B 씨(28)는 A산부인과에서 임신중절수술을 받았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남편(35)은 자신의 동의 없이 아내가 수술을 받았다며 아이의 장례라도 치르기 위해 병원 측에 시신 인도를 요청했지만 이미 화장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남편은 곧바로 병원 측을 경찰에 고소했고 이 소식은 프로라이프의사회에도 제보됐다.

경찰은 이 병원에서 낙태수술을 한 10여 명의 진술 등을 확보해 병원장과 사무장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지만 최종적으로 기소되지는 않았다. 결국 프로라이프의사회 측이 검찰에 이 병원을 고발하면서 다시 수사선상에 오르게 됐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안상돈)는 낙태시술과 관련해 과장·과대광고를 한 혐의(의료법 위반)로 서울 모 산부인과 원장 노모 씨 등 병원장 2명을 벌금 200만 원에 약식 기소했다. 이들 병원은 포털사이트와 병원 홈페이지에 ‘안전한 낙태시술을 보장하고 미혼여성은 비밀보호를 해주겠다’는 등의 내용으로 과장·과대광고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 병원의 의사 6명에 대해서는 “고용된 의사라 책임을 묻기 어렵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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