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호 준위 영결식]책상 위에 ‘구해야 할 명단’ 남긴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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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병원 나흘간 7400명 조문

2일 ‘해군의 도시’ 경남 진해시는 고 한주호 준위(53)의 순직으로 슬픔에 잠겼다. 해군진해기지사령부와 진해시청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2일 하루 5000여 명이 찾아와 고인을 추모했다.

이날 오후 한 준위가 근무했던 진해 해군특수전여단 작전지원대 사무실 그의 책상에는 흰색 국화 한 다발만 놓여 있었다. 책상 위에는 천안함 탑승자 명단을 담은 A4 용지가 여러 장 있었다. 지난달 28일 사건 현장으로 떠가기 전 동료 염동은 중사(38)에게 “계급, 나이, 직책 따졌으면 아무것도 못한다. 내가 가야 된다”며 명단 출력을 부탁했다. 그의 옷장에는 땀 냄새가 밴 해군 특수전여단 수중파괴대(UDT)의 낡은 작업복이 걸려 있었다. 서랍장에는 빨간색 UDT 교관 모자가 고이 보관돼 있었다.

사무실 동료들은 한 준위의 마지막 소원을 전했다. 그의 UDT 교관 경력은 19년 6개월. 6개월을 채워 20년 경력 교관이 되는 게 꿈이었다. 지난달 29일 입대한 56차 대원들을 평교관 자격으로 교육하게 해달라며 상부에 부탁도 했었다.

“전역하면 평생 뒷바라지한 아내와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고 싶다”며 지난해 12월 구입한 검은색 쏘나타 차량은 돌아오지 못할 주인을 기다리며 사무실 뒤편 주차장을 지키고 있었다.

한 준위의 빈소가 마련된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도 하루 뒤 고인을 보내야 하는 유가족과 그를 그리워한 조문객의 작별인사가 이어졌다. 오후 2시경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빈소를 찾기도 했다. 한 준위의 빈소에는 나흘간 7400여 명(오후 8시 반 현재)이 조문했다.

지난해 아프리카 소말리아 해역에서 한 준위와 근무한 합참 전력기획부 이현수 소령(37)은 “장교용 방이 따로 있었지만 본인이 자원해 배 밑 부분의 UDT 대원들과 6개월간 생활하는 등 열악한 환경에서도 대원들을 친아들처럼 돌봤다”고 회상했다.

한편 대구은행 장학문화재단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한 준위의 딸 슬기 씨(대구대 영어교육과 2학년)에게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매 학기 300만 원씩 특별장학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진해=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성남=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 동영상 = 故 한주호 준위의 ‘외길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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